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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만지고, 먹이주고, 올라타는 등의 ‘동물 체험’이 법으로 규제된 지 1년이 넘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무분별한 체험이 진행되는 것이 동물보호단체의 현장 조사 결과로 드러났다. 동물원 관리·감독 강화뿐 아니라 정부의 ‘동물 체험 매뉴얼’을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는 국내 동물원 6곳의 동물 체험 프로그램을 현장 조사한 ‘동물원 체험 프로그램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6월9일부터 23일까지 울산·부산·투자분석가
세종 등 6개 동물원을 사전에 알리지 않고 2인 1조로 방문해 진행했다.
조사 결과, 동물원 6곳 모두 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을 진행하면서 체험 시간·장소, 먹이량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었다. 또한 5곳에서는 동물이 사육장 밖에 나와 있거나 관람객이 사육장 내부로 들어가는 등 동물을 상시적으로 만질 수 있는 형태로 운영됐다. 3곳의 경양귀비
우, 사전에 제출한 계획서에 포함되지 않았거나 허가받지 않은 다른 방식으로 체험을 운영 중이었다.



동물을 만지고, 먹이주고, 올라타는 등의 ‘동물 체험’이 법으로 규제된 지 1년이 넘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무분별한 체험이 진행되는 것이 동물보호단체의 현장 조사 결과로 드양귀비게임
러났다. 어웨어 제공


이는 정부가 2022년 11월 발표한 ‘동물원 교육 체험 프로그램 매뉴얼’(이하 매뉴얼)과 관련법에 어긋난다. 2022년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이 전면개정되며,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스트레스를 가하는 올라타기, 만지기, 먹이주기는 전면 금지됐골드회원
다. 다만 생태 교육 목적에 한해 ‘보유동물 교육 및 체험 계획서’를 지지체에 제출하고 허가를 받은 프로그램만 예외적으로 실시하도록 했는데, 이것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매뉴얼은 먹이주기나 만지기를 할 때 △정해진 구역 내에서 사육사 입회하에 수행하고 △동물 종이 건강 및 영양 상태에 따른 먹이 종류를 선택하고 그 양을 제한해야 하주식양도
며 △먹이주기, 만지기, 사진찍기 등의 체험 때 동물에게 충분한 휴식 시간을 부여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교육적 메시지가 없고, 먹이의 양이나 주는 시간, 방법 등의 제한이 없는 먹이주기, 만지기, 올라타기 체험은 “동물의 건강과 복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지양한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사육장 벽에 뚫린 먹이체험용 구멍으로 동물에게 상시적으로 먹이를 줄 수 있었으며, 사육장 내부로 관람객이 들어가거나 울타리로 손을 넣어 먹이를 줄 수 있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었다. 보고서는 “한 사육장에 여러 마리 동물이 있는 경우 섭식 욕구가 높은 개체가 먹이를 모두 선점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이는 동물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의 ‘동물원 지침 모범사례’(EU Zoo Directive Good Practice Document)는 관람객의 먹이주기를 권장하지 않는다.



동물보호단체의 현장에서 붉은여우에게 반려견에게 하듯 ‘앉아’, ‘손’ 등을 시키는 등 생물 종과는 맞지 않는 설명을 제공하거나, 안전사고 위험이 커 보이는 상황이 목격됐다. 어웨어 제공


‘무분별한 만지기’도 성행하고 있었다. 6곳 중 5곳이 관람객이 원하면 언제든 동물과 접촉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었는데, 동물을 관람객의 품에 안겨주거나 머리, 목 등에 올려주는 방식이었다. 매뉴얼은 이러한 체험을 할 때 ‘교육 및 보전 메시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관련 내용이 포함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반면 붉은여우에게 반려견에게 하듯 ‘앉아’, ‘손’ 등을 시키는 등 생물 종과는 맞지 않는 설명을 제공하거나, 안전사고 위험이 커 보이는 상황이 목격됐다. 예컨대 부산의 한 동물원에서는 사육장 내부로 관람객들이 들어와 은신처 구멍에 어린이가 얼굴을 들이미는 일이 발생했는데, 이때 은신처에 숨어있던 붉은여우가 공격성을 보인 것이다.
보고서는 이처럼 무분별한 체험 프로그램이 지속되는 가장 큰 원인으로 “매뉴얼의 불명확성”을 지적했다. 동물원수족관법의 개정 취지는 올라타기, 만지기, 먹이주기 등의 행위가 동물복지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제한하기 위한 것인데, 현행 매뉴얼 내용 중 일부는 동물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장려하는 것으로 오해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육지거북 사육장으로 꽃사슴(왼쪽)이나 왈라비가 뛰어들어가는 등 전시 동물에게 외상이 발생할 위험성도 관찰됐다. 어웨어 제공


보고서는 “매뉴얼이 인수공통감염병은 동물-사람 간 직접 접촉을 피함으로써 현저히 감소한다고 적으면서도 ‘직접 접촉을 제한하기만 하면, 동물과 관람객 간 관계 구축에 있어서 부정적’이라는 상반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 “만지기 체험 지도안에는 동물을 안아 올리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 않음에도 안전 교육에 ‘동물을 안았을 때 떨어뜨리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해설을 제공하는 점도 혼란을 키운다”고 주장했다. 파충류·면양 등의 체험 지도안에 ‘손가락 2개만을 이용해 만지’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 또한 동물의 신체를 만지는 것을 장려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매뉴얼에 “동물과 관람객 사이에 불필요한 접촉을 줄이는 것이 동물원 교육 프로그램 관리 원칙임을 명확히 하고 이를 지도안 등 세부 내용에 반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동물의 골격, 박제 등 살아있는 동물이 아닌 교육 프로그램을 위한 지도안도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어웨어는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무분별한 체험 프로그램이 성행하는 것은 동물원수족관법 개정 전과 개선된 점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비판했다. 개선책으로는 △동물원 체험 프로그램 관리·감독 강화 및 실태조사 실시 △‘동물원 전시동물 교육·체험 프로그램 매뉴얼’ 수정 △동물원·수족관 동물 판매 금지 △동물원수족관법에 동물원의 생물다양성 보전 활동에 대한 규정 신설 등을 제안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