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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번째 임기가 시작된 뒤 소셜미디어에서 이따금 나오는 푸념입니다. 기존의 미국의 노선과 결이 적잖게 다른 대·내외 정책의 발표가 폭풍처럼 몰아치는 것에 대한 반발심의 표현으로 보여요. 갈색 몸에 흰 머리를 하고 용맹한 눈빛으로 우아하게 날갯짓하는 흰머리수리는 알려진 대로 미국의 상징입니다. 반면 같은 수리인데도 대머리수리는 우중충한 털빛깔에 퀭한 눈을 하고 썩어가는 사체를 탐닉하는 청소부죠. 수리라는 한 집안의 형제 지간인데 이렇게 모습과 습성이 대조적입니다.



흰머리수리가 로드킬 sbi저축은행 광고모델 당한 사슴사체를 파먹고 있다. /페이스북 @Ohio Division of Wildlife


사람마다 생각이 저마다인만큼 저 푸념에 대해 옳다 그르다 판단하는 것은 무의미할 것입니다. 하지만 흰머리수리는 대머리수리처럼 썩은 살점을 탐하지 않는 도도하고 고결한 사냥꾼이라는 전제 하에 말한 것이라면 오류임 구미직장인밴드 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이 우아하고 매혹적인 새의 살아가는 모습이 겉모습에 썩 부합하지 만은 않거든요. 오늘은 휘황찬란한 이미지에 가려진 흰머리수리의 속살을 들여다봅니다. 우선 동영상부터 보실까요?







전략경영연구소미국 오하이오주 야생보호국이 페이스북에 올린 흰머리수리의 ‘먹방’ 동영상입니다. 인간과 짐승이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이상 로드킬은 막으려도 해도 막을 수 없는 비극입니다. 이 사슴 역시 육중한 자동차에 부딪치면서 창졸간에 생을 마감하고 혼이 육체를 빠져나갔습니다. 대자연의 섭리는 놀랍도록 치밀해서 로드킬당한 짐승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조정해줍니 휴대폰 요금 연체 다. 이 사체에 의존해 많은 스케빈저(청소부)들의 목숨을 연명하게 됩니다. 곰, 늑대, 여우, 울버린, 오소리... 수많은 길짐승들이 사슴 몸뚱이와 더불어 야생의 먹방을 촬영했을 것이고 지금은 ‘흰머리수리의 시간’입니다. 얼핏 암수 한쌍으로도 보이는 성체 두 마리가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로 식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날카로운 황금색 부리를 뼈와 우리은행 디딤돌대출 뼈 사이로 파고든 뒤 늘어붙고 엉겨붙은 살점과 근육, 피부조직 따위를 끄집어내 입속으로 털어넣는 모습이 한 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닙니다.



흰머리수리가 로드킬당한 사슴사체에 내려앉아 포식 준비를 하고 있다./National Eagle Center Facebook


맹금류의 본산 수리가(家)는 크게 형제지간 분파인 이글파와 벌처파로 나뉩니다. 이글거리는 눈빛과 살점을 뚫고 뼈까지 아작낼 것 같은 발톱으로 살아숨쉬는 것을 사냥하는 맹렬함이 이글의 상징이죠. 빛입니다. 반면 오래전에 혼이 빠져나간 짐승의 썩어문드러지는 몸뚱아리에 털오라기 하나 없는 밍숭맹숭한 민머리를 처박고 병균이 득시글거리는 살점과 내장을 끄집어 목구멍으로 허겁지겁 넘기는 음울하고 추레함이 벌처의 첫 인상입니다. 어둠이죠. 하지만 이 같은 엄격한 구분 사이에 회색지대가 존재합니다. 벌처 같은 이글이 있는가 하면 이글 같은 벌처도 있어요. 이 회색분자 중 하나가 바로 흰머리수리입니다.



흰머리수리의 깃털이 피로 덮여있다./Thomas Dehoff. Thomas Dehoff


흰머리수리의 영어 이름은 볼드 이글(bald eagle)이예요. 눈처럼 흰 머리와 목 부분의 모습이 흡사 민머리처럼 보여서 이렇게 부르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걸 우리말 뜻대로 직역하면 대머리수리가 됩니다. 명칭부터 이글인가 벌처인가 정체성이 혼동될 지경인데, 실제 습성은 더 그렇습니다. 흰머리수리의 평소 식단차림표를 한 번 볼까요? 우선 물고기가 있어요. 쥐·토끼·너구리·새끼사슴 같은 젖먹이짐승과 논병아리·바다오리·오리 같은 새들이 있고요. 하지만 이 살아있는 먹잇감보다 더 큰 포션을 차지하는 식단이 있습니다. 짐승 혼이 빠져나간 사체입니다.



흰머리수리가 코요테 사체를 먹으려 하고 있다./Brenda Lyons Facebook


바닷가로 밀려온 고래의 사체, 산란을 끝내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채 꿀럭거리며 죽어가거나 죽은 연어, 늑대 무리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해 반쯤 뜯어먹히고 눈을 치켜뜬채 죽은 사슴...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서 그 날카로운 발톱으로 살과 가죽을 도륙하며 썩은 살점을 허겁지겁 파먹습니다. 그 모습은 아프리카 사바나의 대머리수리보다 더 벌처같습니다. 흰머리수리는 분명 빼어나고 준수한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냥감이 생김새에 비례한다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엄청난 덩치와 이에 비례하는 파워를 앞세우고 원숭이 등 덩치 큰 먹잇감을 산채로 사냥하는 필리핀수리나 부채머리수리와 비교하면 확실히 밀립니다. 야생에서도 덩치 큰 물새인 두루미나 왜가리 등과 맞닥뜨렸을 때 완전히 제압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고요.



어린 흰머리수리가 쓰레기통에서 먹을 것을 꺼내려 하고 있다./Dorene Warner. Delaware Highlands Conservancy


하지만 흰머리수리는 전투력과 피지컬에서 밀릴지언정 독보적인 무기를 갖고 있습니다. 바로 적응력이에요. 우선 힘들이지 않고 먹잇감을 구하는 방법을 장착했습니다. 로드킬당하거나 1차 포식자에게 사냥당한 짐승 사체를 즐겨먹는 놈들은 최근에는 메뉴판의 범위를 대폭 확장하고 있습니다. 주택가의 쓰레기통에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까지 끄집어먹는 재미를 들이기 시작한 거예요. 말하자면 ‘날개달린 곰’, ‘깃털돋은 너구리’가 되어버린 셈이죠. 알래스카에서는 잡아온 연어를 1차로 가공하는 수산물 처리장 앞에 수십마리씩 진을 치고 앉아있다가 직원들이 던져주는 부산물들을 낼름 받아서 꿀꺽 삼키는 게 일상이 됐습니다.



먹잇감을 낚아채는 아프리카물고기수리./Ingwelala


어느새 인간과 의도하지 않게 교감하는 ‘생계형 맹금류’가 되어버린게 아닐까 싶어요. 이렇게 ‘대머리수리화’돼간다는 비야낭 속에서도 숨은 킬러본능을 깜짝깜짝 드러낼때가 종종 있습니다. 흰머리수리가 같은 맹금류 집안 사돈의 팔촌 뻘인 물수리의 둥지를 덮쳐 순식간에 새끼 한마리를 낚아채는 장면 보실까요? 미국의 대표적인 조류단체인 오듀본협회에 올라온 동영상입니다.







흰머리수리의 외모가 워낙 강렬하고 멋진 인상을 주다보니, 그리고 내셔널지오그래픽이나 BBC 어스 등에 등장하는 스케빈저들의 활약상의 영향도 받다보니 자연스럽게 ‘이글=미국의 맹금류’, ‘벌처=아프리카의 맹금류’라는 이분법이 도식화된측면도 있습니다. 물론 정말 많은 대머리수리들이 아프리카 사바나에 터전을 잡고 살아가기 때문에 그렇게 인식될법도 합니다. 하지만 벌처의 위압감에 가려져서 그렇지 아프리카에도 이글거리는 눈매로 먹잇감을 사냥하는 이글들이 만만치 않게 있습니다.



잔점배무늬수리라고도 불리는 마샬수리. 아프리카 수리류중 가장 포악하고 강력한 사냥꾼으로 꼽힌다./Africa Wilderness Safari


생긴 것은 흰머리수리와 빼닮았지만, 더 화려한 수중사냥솜씨로 물고기들의 저승사자로 군림하는 아프리카물고기수리가 있고요. 호로호로새나 홍학처럼 제법 커다란 몸집의 새까지 덮쳐 무지막지하게 짓이기는 사냥꾼 토니수리(황갈색수리)도 있습니다. 살아있는 뱀을 덮친 뒤 몸부림에도 아랑곳않고 내장부터 끄집어내는 잔혹한 식사법으로 악명높은 갈색뱀수리도 빼놓을 수 없죠. 빛의 속도로 하강해 사바나의 길짐승들을 창졸간에 저세계로 안내하는 아프리카 하늘의 제왕 마샬수리(잔점배무늬수리)를 어찌 언급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마샬수리가 빛보다 빠른 속도로 혹멧돼지 새끼를 향해 발톱을 내리꽂는 사냥장면(Latest Sightings 페이스북)으로 오늘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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