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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게 설계된 답변이지만 막상 알맹이는 없다. 보통의 영화·드라마 시리즈에서 큰 줄거리와 주요 인물 소개 속에 이해를 돕기 위해 선명한 설명을 담는 반면 넷플릭스의 글로벌 히트작 ‘오징어 게임’의 마지막 시즌3(6월 27일 공개)는 말을 아끼는 것이 미덕인 듯했다.
전날 9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두 주연배우인 이정재와 이병헌을 비롯해 배우들은 각 캐릭터가 시즌3에서 어떤 운명에 처하느냐는 질문에 답변을 하다가 여러차례 멈춰 신중하게 단어를 고르며 결정적인 정보를 담지 않도록 계산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예컨대 성기훈 역의 이정재는 “시즌2에 저축은행예금금리비교 선 내가 이 게임을 멈추고 만든 이들을 벌하겠다 했다면 시즌3에서는 이제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이다, 따라서 해결이 되는 변화가 있다”고 답해 ‘무엇’, ‘이것’ ‘변화’에 대한 궁금증을 그대로 남겼다.



456번 성기훈 역의 배우 이정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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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타자로 나선 이병헌은 “프론트맨도 그런 기훈을 보면서 다시 자기 마음대로 계획을 세우게 된다. 둘 사이에 본격 대립이 있을 것”이라고 반전 없는 답변으로 갈음했다.
코인 투자 사기를 저지르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오징어게임에 참가해 시대상을 반영한 문제적 인물인 명기 역의 임시완도 코란도스포츠 “명기는 잔꾀를 부리다가 게임 속에서 고생스럽게 진행되는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고 두루뭉술 답변했다. 그는 이어 “이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이야기”라고 멋쩍어했다.
유일하게 ‘튀는’ 발언을 남긴 이는 시즌2에서 타노스(최승현)와 함께 붙어다니며 약자만 선택적으로 괴롭힌 양아치 남규를 연기한 노재원이었다. 노재원은 “타노스 뒤에 붙어 있 제일은행 주택담보대출 었지만 사실은 타노스에 대한 자격지심과 열등감이 컸다. 시즌3에서는 그로 인해 민수(이다윗)와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밝혀 시즌2에서 알 수 없었던 남규의 심리에 대해 언급했다. 일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이정재와 황동혁 감독 등이 곤란한 웃음을 짓는 것이 포착됐다. 이후 노재원이 긴장된 표정을 짓는 것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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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노재원. 연합뉴스


하지만 진짜 스포일러인 핑크가드 노을 역 박규영의 인스타그램에 비하면 약과다. 성기훈의 반란군에 동조했다가 죽음을 맞는 게임 참가자 경석 역의 이진욱은 ‘생존자’로서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박규영이 올린 인스타그램 사진 게시물에서 이진욱이 핑크가드 유니폼을 입고 있는 모습이 유출되면서 더는 숨길 수 없게된 탓이다.
이날 박규영은 SNS 유출 건과 관련해 처음으로 답변을 요구받았는데, “노을과 경석의 서사를 많이 궁금해하시는 편인데, 27일 본편으로 확인해주시면 너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황 감독도 “저도 당황스러웠지만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며 “하나의 해프닝이라고 생각하고 잘 넘어갔다. 누구보다 실수한 본인들이 가장 마음고생했을 것”이라고 넘겼다.



박규영 인스타그램


사실 스포일러는 넷플릭스 작품 공개 과정에서 늘 화두였다. ‘오징어게임’ 시즌2 공개에 앞서 무려 1년 전에 언론에 세트장을 공개하는 행사를 하고 엠바고를 1년 두었던 독특한 사례는 여러번 회자됐다. 뿐만아니라 출연진 캐스팅부터도 극비에 부쳤었다. 시즌2 출연배우들은 넷플릭스 공식 발표 전까지 베일에 쌓여있었다. 어쩌다 캐스팅 기사가 떠도 넷플릭스와 각 배우 소속사가 “확인 불가”로 공동 대응했다.
촬영에 돌입하고 나서도 대본 유출을 막기 위해 인쇄나 메일 발송이 되지 않는, 모니터상으로만 볼 수 있는 특수한 대본을 활용했다. 게임에서 탈락한 배우에게는 그 이후 대본을 공유하지 않아 진짜로 오겜 세계관에서 ‘탈락’ 시켜 보안을 지켰다.
일각에선 ‘과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넷플릭스는 작품 공개 전에 관련 내용을 비밀로 유지하는 것은 창작에 참여한 모든 이들의 노고와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작품이 의도한 재미를 시청자에게 오롯이 전달하기 위해 중요한 장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