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살 꽃봉오리였어요. 산부인과 화장실 변기에 연분홍 꽃잎의 발목 손목이 내 몸에서 쏟아지기 전까지는요. 진홍빛 꽃물이 다 빠져나간 뒤 더운 국밥 한 그릇 넘기고 오빠네 집을 찾아갔어요.// 엄마가 버린 아빠의 그림자가 술 냄새 풍기며 주춤주춤 따라왔어요. 당당하게 그분은 말했어요. '집 나온 아이 한 달간 먹여 주고 재워 준 게 잘못인가요? 덕분에 우리 아이도 한동안은 마음을 잡더라니까요. 피차 좋은 일 아닌가요? 책임질 일 있다면 책임지겠지만, 수술비는 한 푼도 보탤 수 없구만요.'// 머리끄덩이 붙잡힌 채 그대로 골목에 패대기쳐졌어요. 아빠의 목발이 동강 나 뒹굴었지요. 진홍빛 꽃물 전신이 멍든 야마토게임연타 꽃봉오리를 지금도 적시고 있어요. 얼굴 없는 내 꽃잎의 손목과 발목처럼,
『지붕 없는 아이들』(2017, 황금알)
성폭력의 극단적 침해는, 피해자에게 깊은 두려움과 수치심, 무력감을 남긴다. 아직 꽃도 피우지 못한 "열네 살" 찢긴, 소녀의 심정은 어땠을까. "산부인과 화장실 변기에 연분홍 꽃잎의 발목 손목"이 "쏟아 바다이야기룰 지"는 것을 지켜보았을, 그 엄마 소녀의 피눈물은 또 어땠을까. 밤마다 무거운 돌에 가슴이 짓눌려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을 것이다.
손영숙(1950~, 경남 마산 출생)의 「진홍빛 꽃물-지붕 없는 아이들1」을 읽자마자, 눈물이 흘러내려 멈추질 않는다. "꽃봉오리" 같은 소녀가, 아직 자기 자신도 다 자라지 못한 나이에, 가정 폭력과 성 바다이야기게임방법 폭력에 노출된 인권 말살은 처참하다. 그 씻을 수 없는 상처는, 한 개인의 영혼을 산산이 부서뜨릴 수 있다.
아기를 유산하고, 겨우 "더운 국밥 한 그릇" 목에 넘겼을 그 소녀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민낯이다. 극단적 몸의 고통은 차치하고, 피해자 소녀에게 가한 가해자 "그분"의 궤변은, 얼마나 무섭고 두려운 시대의 부조리인가. 성 노리 바다이야기사이트 개로 취급한 가학적 주장도 터무니없지만, "수술비는 한 푼도 보탤 수 없"다는, 악인(惡人)의 사고는 인간을 포기한 발언이다.
가장 아름답게 꽃피어야 할 나이에 "머리끄덩이 붙잡힌 채 그대로 골목에 패대기쳐"진 소녀의 현실은, 눈을 뜨고도 믿기지 않는 비현실같다. 유산(流産)은 한 여자에게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평생 멍에 바다신2다운로드 를 지운다. 아직 성인도 아닌데 '엄마가 될 뻔한 경험'을 강제로 겪으면서, 자신이 어린아이인지, 어른인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절박한 느낌은, 공포스러울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고통을 제대로 말할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는, 나 혼자라는 고립감으로 절망적이 된다.「진홍빛 꽃물-지붕 없는 아이들1」 속의 열네 살 소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이 시대 어른들이 곁에서 끝까지 들어주고, 믿어주고 함께 있어 줄 때 회복되지 않을까. 만약 또다시 거리로 내몰린다면, 그 소녀는 영영 이 세상 사람들을 사랑하지 못한 채 웅크려 살 것이다.
김동원 (시인·평론가) 기자 admin@slotnar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