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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타임즈] 녹음이 짙어가는 5월의 중순.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에서 1000여평 밭에 1000여그루의 블루베리 농장을 운영하는 최종훈 대표(57) 부부에게 요즘은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다.
4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해 절정을 이룬 블루베리의 꽃망울을 적정하게 따주고 수분과 온도를 유지하며 수정을 돕는 일에 하루가 모자라기 때문이다.
"봄에 꽃이 피고 가을에 수확하는 다른 과실과 달리 블루베리는 꽃이 피고 수정이 이뤄진 뒤 두 달여 뒤면 열매를 수확하기 때문에 요즘이 가장 중요한 때입니다." 종금사
올해로 5년 경력의 블루베리 농사로 제법 농부티가 나는 최 씨는 그러나 본래 농군이 아니었다. 그 역시 도시에서 하던 사업을 접고 농사를 짓겠다며 호기를 부린 귀농인이다. 
청주에서 나고 자란 최 씨는 고려대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한 문학도였다. 그러나 군 제대후인 27살의 나이에 전공을 접고 행정고시에 도전하게 된다.
프로젝트파이낸싱효과 "뒤늦게 고시 공부를 한 탓인지 1차에 합격하고도 번번히 2차에 낙방을 했습니다."
사람들과 부딪히는 것을 못 견디는 소심한 성격 탓에 행정고시로 진로를 튼 그는 그렇게 고시생으로 무려 8년을 보냈다. 그 사이 부인 김아영씨(49)와 결혼을 했다. 그리곤 자연스레 행정고시 길을 접게 됐다. 그런 그가 택한 일이 수학학원 디딤돌 수학 운영이었다.
"고등학교 때 수학을 제법 잘 했거든요."  "독일어 전공자가 수학 학원이라니요?"라는 질문에 의외로 순진한(?) 대답이 돌아왔다.
이렇게 시작한 학원업은 수학에서 영어 어학원으로 이어지며 53살 때까지 18년동안 생계를 책임지는 그의 직업이 되었다.

"학원운영의 성공에 하나캐피탈직장인대출 는 강의 실력보다 학생들을 얼마만큼 유치하느냐 하는 사업 수완의 문제더라구요.  그런 점에서 저는 능력이 부족했고 그저 생활비를 버는 수준의 학원쟁이일 뿐이었던 같습니다."




▲ 수정 전 땅을 향한 꽃봉오리와 수정된 뒤 몸을 비틀어 하늘을 향한 뒤 안테나 꺼져가는 모양의 열매 대공을 틔운 모습. /남연우기자


문학도에서 고시생을 거쳐 학원원장이 됐지만 그마저도 그에겐 평생 직업이 되진 못했다. 건강까지 나빠진 그는 '속편히 농사를 해보겠다'는 야무진(?) 의욕을 품게 됐다. 그런 그에게 지금의 블루베리 농장이 된 낭성면 소재지 대로변 1000평의 논이 눈에 들어왔다.
급매물로 나온 논을 냉큼 사들인 그는 2만 톤의 흙을 들이 부어 밭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어떤 농사를 지어야 할지도 모를 만큼 그의 귀농은 무모했다.  초보 농부는 주변의 권유만을 믿고 블루베리 1000그루를 심었다. 
그 댓가는 혹독했다. 심어만 놓으면 될 줄 알았던 묘목이 첫 해 절반 넘게 죽어 나갔다. 개념없는 농삿일에 3년동안 같은 실패를 되풀이 해야만 했다. 독이 오른 그는 처음부터 다시 하자는 각오로 블루베리 공부에 나섰다.
타지역의 블루베리 선진 농가를 방문해 기술을 배웠다. 나름 유튜브를 보고 책과 씨름하며 공부에 매달렸다. 그렇게 터득한 블루베리 재배 기술이 대학노트 5권으로 정리됐다. 
그의 핍진(乏盡)한 노력은 귀농 4년 차인 지난해 첫 결실을 냈다. 초보 귀농인이 4년 만에 풍작은 아니지만 1.5톤의 블루베리를 수확한 것이다. 게다가 어른 엄지 손톱만한 굵기에 단단한 육질과 단맛으로 제법 입소문까지 탔다. 덕분에 1.5톤의 블루베리를 완판하는데 며칠이 걸리지 않았다. 초보 농부에겐 기적같은 일이었다.
"지난해 블루베리를 사지 못한 분들이 잊지 않고 있다가 요즘 전화로 주문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 1~2통의 예약 전화가 옵니다."
"올 6월 블루베리를 수확할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흥분이 된다"는 그는 앞으로 500원 짜리 동전만한 크기의 블루베리를 수확해 보겠다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블루베리 꽃 수정을 보면 신기합니다. 수정하기 전 꽃 망울은 모두 땅을 향하고 있지만 수정이 끝나면 몸을 비틀어 하늘의 태양을 바라보거든요. 그리곤 시든 꽃잎이 떨궈진 자리에 안테나 모양의 열매 대공이 솟아 납니다."
문학도에서 고시생, 학원 원장을 거쳐 이제 어엿한 농부로 변신한 그는 "블루베리 꽃 수정과정이 자신과 닯은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남연우기자 nyw109@cc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