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건축도자 미술관인 경남 김해의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수천장의 도자 타일로 장식된 돔하우스와 클레이아크 타워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다. 김해=현진 프리랜서 기자


요즘은 건물이 예술작품처럼 아름다운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전시된 작품이 아닌 건물을 보러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찾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경남 김해에는 건물 자체가 ‘진짜’ 예술작품인 곳이 있다. 김해시 진례면에 있는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이다.
‘클레이아크’란 흙을 뜻하는 클레이(clay)와 건축을 뜻하는 아크(arch)를 합한 말로 바다신2릴게임 ‘건축도자(architectural ceramic)’를 의미한다. 건축도자는 건축의 재료로 사용되는 도기와 자기를 말하며, 흙을 구워 만든 기와·벽돌·타일·욕조 등을 들 수 있다. 도자와 건축분야의 상호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 2006년 개관한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세계 최초의 건축도자 미술관이다.
김해평야의 넓은 들판을 바라보며 미술관 게임몰 을 찾아가는 길. 늘어선 도예 공방들이 목적지에 다다랐음을 알린다. 2000년 전 금관가야가 있었던 김해는 가야토기의 발상지이자, 분청사기(청자에 백토로 분을 발라 다시 구운 자기)의 본고장으로 불린다. 진례면을 비롯한 김해 곳곳에서 가마터가 발견됐으며, 미술관 옆에는 ‘김해분청도자박물관’도 있다.
흙빛을 닮은 색감의 도자기들이 즐비한 바다이야기꽁머니 공방 맞은편으로 공방과 대비되는 알록달록한 색감의 건물들이 보인다. 1만2810㎡(3875평)의 넓은 대지에 건물 사이사이로 산책로가 나 있어 잘 꾸며진 공원 같은 이곳이 미술관이다.



유리로 덮인 둥근 천장으로 빛이 들어오는 돔하우스 중앙홀. 나선형 계단에서 홀 가운데에 골드몽사이트 전시된 작품을 다양한 각도로 볼 수 있다.


입구로 들어가면 주전시관인 ‘돔하우스’가 둥그런 몸체를 드러낸다. 커다란 돔은 물레 위에 올려진 도자기를 표현한 것으로, 모양도 독특하지만 색색의 타일로 마감된 외벽이 압권이다. 가로세로 48㎝인 5036장의 타일로 촘촘하게 덮인 외벽은 그 자체가 하나의 손오공게임 도자 작품이자 건축이다. ‘건축도자의 선구자’로 불리며 초대 관장을 지낸 신상호 작가의 ‘구운 그림(Fired Painting)’이라는 이 작품은 미술관의 ‘제1호 소장품’이다. 흙으로 만든 도판에 유약으로 그림을 그린 뒤 1250℃의 고온에서 4∼5번 구워내 색이 변하지 않는 것이 특징으로, 건축 외장재로서 도자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통 조각보 같기도 한 타일을 가까이서 살펴보니, 기하학적인 무늬가 타일마다 모두 다른 색으로 조합돼 있다. 한국의 색동과 원시미술의 색감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평면인데도 입체감이 느껴진다. 프레임에 타일을 끼우는 형태라 벽을 손상하지 않는 데다 자유롭게 타일을 바꿀 수 있어 ‘옷을 갈아입는 미술관’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이처럼 건축에 도자를 접목한 미술관은 한국건축문화대상,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 등에서 상을 받았다.
돔하우스 내부는 2층 구조의 전시실이 중앙홀을 둘러싼 형태다. 웅장한 느낌이 드는 중앙홀에 서자, 높게 트인 공간을 받치고 있는 둥근 천장이 작품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다. 유리로 덮인 천장으로 하늘과 햇빛이 그대로 들어오는데, 구름의 움직임에 따라 바닥에 그림자가 생기기도 한다. 천장의 커다란 구멍으로 빛을 들인 이탈리아 로마의 신전 판테온이 떠오른다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돔 가운데 서보세요. 소리가 울리죠? 빛과 그림자, 소리까지 조절해 작품을 시시각각 다르게 느낄 수 있도록 한 거예요.”
김윤환 전시해설사와 함께 둥근 벽에 나선형으로 설치된 계단을 올랐다. 홀 가운데에 작품이 전시돼 있어 계단을 오르면서 여러 각도로 작품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건축도자의 세계를 조명하는 다양한 전시가 열린다.
돔하우스 뒤편으로는 호젓한 산책로가 이어진다. 나무 사이에 도자 조형 작품들이 놓여 있는 산책로는 야외 전시장이다. 외국 작가의 작품인 ‘클레이아크 아치’와 도자로 만든 벤치가 자연과 어우러져 있다. 작품 위로 늘어진 나무들은 돔하우스를 닮으려는 듯 울긋불긋 물들어간다. 그러고 보니 미술관의 색감은 온통 ‘가을빛’이다.



색색의 도자 타일로 장식된 클레이아크 타워. 이국적인 모습이 인상적이다.


클레이아크 아치를 지나 언덕을 오르면 가을빛으로 채색된 뾰족한 탑이 보인다. 돔하우스처럼 타일 1000여장을 두른 채 우뚝 서 있는 ‘클레이아크 타워’다. 미술관의 등대 역할을 하는 타워는 20m 높이에 이국적인 모습으로 멀리서도 눈에 띈다.



사각형으로 된 큐빅하우스. 외벽 윗부분이 1500여개의 붉은색 도기질 루버로 싸여 있다.


또 다른 전시관인 ‘큐빅하우스’에도 가을빛이 들어 있다. 사각형으로 된 큐빅하우스는 건물 외벽 윗부분이 1500여개의 붉은색 도기질 루버로 싸여 있다. 큐빅하우스에서는 회화·조각·미디어 등의 전시가 진행되며, 내년 2월18일까지 ‘이탈리아 미술관 여행전’이 열린다.
미술관에는 전시뿐 아니라 교육과 체험을 위한 공간도 마련돼 있다. 장작 가마가 설치돼 작가들이 활동하는 ‘김해공예창작지원센터’, 공예 교육·체험이 진행되는 ‘체험관’, 미니 타일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아트키친’ 등이 있다.
산책로를 걸으며 건물과 작품들을 둘러보고 있자니, 그저 미술관에 왔을 뿐인데 무언가 가득 담아가는 느낌이 든다. 수확의 계절이라 그런 걸까. 건축과 도자, 전통과 현대, 곡선과 직선, 자연과 인공. 건축이 품은 단어들이 이리저리 섞이며 무슨 말을 하려는 듯하다. 익숙한 것들이 만나 빚어낸 낯선 질감. 두손 가득 만져지는 새로운 세계의 감촉이 삶을 풍성하게 채워줄 것만 같다.
김해=김봉아 여행작가 기자 admin@slotmeg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