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사와 아키라의 "살다" (1952)

유머글에 있는 공무원 행정착오글 읽고는 예전에 제가 겪은 일이랑 구로사와 아키라의 

이 영화가 생각나서 썰을 풀어봅니다

거의 한 90년대 중반 즈음으로 기억하는데요

구청에 가서 호적등본을 뗐는데 호적 전산화하면서 할머니 성함 한자를 

전산 입력하는 공무원이 잘못 입력했는지 한자가 다르게 되어있는 걸 발견합니다

그래서 집에 가지고 있던 전산화 하기 전 오래된 호적등본 사본을 가지고가서 

이거 잘못 입력되었으니 바로 잡아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창구의 공무원 왈 내가 가지고 있는 호적등본 사본 발급한 곳이 예전 본적지인데 

(예전 본적지가 아버지 고향인 먼 시골로 되었있었는데 호적등본 관련된 일들이 

너무 번거러워서 본적지를 부모님댁 주소로 변경을 했었습니다)

전산 입력이 아니라 본적지를 옮기면서 그 때 서류작업에서 잘못되었을 수도 있으니 

예전 본적지에 가서 관련 서류를 받아오라고 하더군요

본적지가 엄청 시골이라 가려면 장난 아닌데 직접가서 떼어오라니 황당해서

창구 직원한테 내가 가지고 있는 예전 본적지에서 받은 사본에는 한자가 바르게 나오고

만약 전산 입력이 아니라 본적 이전 과정에서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너희들이 일처리 잘못한 것 아니냐

근데 내가 왜 그 먼 시골까지 가서 서류 떼와야하느냐고 따졌죠

한참 창구직원이랑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는데 

뒤에서 듣고 있던 창구직원 상사가 자기가 듣기에도 말이 안된다고  생각을 했던지 

창구로 나와서 자기들이 예전 본적지에 협조공문보내서

처리하겠다고 해서 해결이 되었는데요

지금은 불편 사항 있으면 온라인으로 민원 넣고 하면 되지만 

그 당시엔 그런 것도 없었습니다 

그 일 겪고나서는 공무원들 자기 귀찮은 일은

전부 떠넘기고 일 안 하려한다는 걸 실제로 느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뒤에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살다"라는 영화를 봤는데

이 영화에 나오는 창구 공무원들 일 떠넘기는 장면이 

제가 비슷한 일을 겪고나서인지 정말 피부에 확 와 닿았습니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에 제일 많이 출연한 시무라 타카시가 

주인공으로 나옵니다. 아마 이 배우의 가장 유명한 영화는 

7인의 사무라이랑  라쇼몽일겁니다

정말 오래된 영화지만 지금 보기에도 전혀 오래되었다거나

지루한 느낌이 없고 오히려 화면만 현란하고 서사가 엉망인

요즘 영화들보다는 훨씬 재미있습니다

특별히 흑백영화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사람이라면

한번 보시기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