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제약사에서 ‘마약’이 샌다

[팜뉴스=최선재 기자]  A 제약사에서 향정신성의약품(향정)이 외부로 반출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식욕억제제 등 마약류에 해당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의 잔여량이 외부로 유통됐다는 뜻이다. 해당 사실을 팜뉴스에 제보한 B 씨를 인터뷰했다.





 # 향정신성 의약품 등에 대한 관리와 통제는 매우 엄격하다. 제약사 내부에서 밖으로 향정이 빠져나간다고 제보했는데 사실인가. 

사실이다. 생산 현장에서는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식욕억제제 같은 향정신성의약품을 한 움큼씩 집어가거나 그 자리에서 먹는 경우도 봤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가져갈 수 있을 정도로 관리가 부실하다. 

# 향정신성의약품은 마약류다. 의사 처방 없이 복용하면 약사법 위반이다. 더구나 외부로 반출할 경우 형사 처벌이 될 수 있다.

그 점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A 제약사는 식욕억제제 비중이 높다. 다른 직원들이 살을 빼고 싶은 친구들의 연락을 받는 경우도 많이 봤다. 중대한 범죄라서 조심스럽지만 단순히 한 두 알이 아니라 포장 단계별로 50개(T), 100개부터 200개까지 들고 나가는 모습이었다. 

# 향정은 전부 폐기해야 하는데 어떤 상황에서 약이 남나.

일단 선별 공정에서 불량을 골라낼 때 많이 생긴다. 더럽거나 부서진 것들 위주로 보통은 400~500개가 나올 때가 있는데 어느 날은 7000~8000개가 나온다. 일일이 중간 작업자가 세야 하는데 귀찮으면 400~500개만 세고 나머지를 폐기하라고 준다. 원칙적으로 잔여량은 수천개이지만 400~500개 정도만 장부에 남았다고 평균만 맞추고 나머지를 버리라는 지시가 떨어지는 것이다. 

# 잔여량 중 식욕억제제가 외부로 나간다는 뜻인가. 

그렇다. 원칙적으로 6500개를 전부 폐기해야 하는데 그중 일부만 장부에 ‘향후 폐기할 것’으로 적고 나머지는 싱크대에 따뜻한 물을 받아 물에 녹이거나 휴지통에 버린다. 그중 수백개 정도를 직원 본인이 먹거나 지인에게 주는 것이다.  

# 물에 녹이거나 휴지통에 버리는 것도 불법 아닌가.

맞다. 저도 그 사실을 알고 황당했다. 일단 싱크대에 뜨거운 물을 받는다. 거기다 넣어놓으면 시간이 조금 흐르면 전부 녹기 때문에 버리기 쉽다고 들었다. 약을 통째로 하수구에 쏟으면 막힐 수 있어서 분량을 나눠 버린다. 버리다가 부서진 가루를 청소기로 빨아들이는 일도 병행한다고 하는데 그점도 너무 이상했다. 

# 향정 가루를 청소기로 빨아들이거나 휴지통에 버린단 뜻인가.

실제로 폐기를 담당하는 직원도 청소기로 남은 알약을 빨아들이면서 수없이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저는 그 얘기를 듣고 "전문 지식이 있으면 가루만 있어도 나가서 마약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필로폰, 대마 같은 마약도 전부 가루 아닌가. 얼마든지 밖으로 가져가서 마약류를 만들 수 있다.

# 제보를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식욕억제제는 나비약으로 불린다. 알약 모양이 나비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환청, 우울증, 조울증 등 부작용이 엄청나서 최근에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다. TV에 나비약이 나오면 ‘아...우리 회사 제품인데’라는 찝찝한 마음이 들었다. 회사는 직원들이 빼돌리는 것을 방관하고 있다. 제보를 결심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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