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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것 졸업했으니P-15 테르밋, 일명 스틱스 미사일. 위키피디아 캡처


제3차 중동전쟁이 한창이던 1967년, 이집트 연안에서 무력시위 중이던 이스라엘 해군 구축함 에일라트에 거대한 불빛이 날아들었다. 에일라트 승조원은 그리 멀지 않은 해역에 이집트 고속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고작 60톤짜리 배가 1,700톤이 넘는 구축함을 상대로 뭘 할 수 있겠냐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첫 번째 날아온 불빛은 에일라트를 단숨에 불덩이로 만들었다. 배는 순식간에 침몰하기 시작했고 승조원은 급히 탈출을 시도했지만 이어 날아온 두 번째 불빛은 에일라트를 문자 그대로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이집트 해군의 미사일 고속정이 발사한 소련제 P-1 한화생명 5 테르밋, 일명 스틱스 미사일의 첫 실전이었고 이 사건은 에일라트 쇼크로 불리며 미국을 위시한 서방 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줬다.

대함 미사일 급부상 '에일라트 쇼크'



이스라엘 해군 구축함 에일라트. 위키피디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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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 대함 미사일은 군함에 가장 치명적 위협으로 급부상했다. 어선보다 조금 큰 덩치의 배에서도 발사가 가능한 데다 속도도 꽤 빨랐고 당시 대부분 군함의 대공 무장이 기관포 수준에 불과해 미사일 방어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1970년대 초 미국은 공대공 미사일 AIM-7 ‘스패로’를 기반으로 RIM-7 ‘시-스 리먼브라더스 사태 패로’라는 대함 미사일 요격용 대공 무기를 만들어 급히 배치하기 시작했고 여러 개의 대함 미사일을 원거리에서 동시에 요격할 수 있는 고성능 방공 시스템 ‘이지스’ 개발에 착수했다.
에일라트 쇼크 이후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대함 미사일을 도입했고 이에 맞춰 시-스패로와 유사한 함대공 미사일도 구비하기 시작했다. 미국처럼 이지스 시스템을 장 회사채금리추이 비한 고가의 고성능 방공전투함을 갖춘 나라는 극히 드물었지만 그럭저럭 쓸 만한 중·단거리 함대공 미사일을 갖춘 군함은 꽤 많이 보급됐다. 전자장비·레이더 기술 발전으로 이지스함 정도는 아니어도 상당한 수준의 동시 교전 능력을 갖춘 중·저가형 레이더와 미사일도 꽤 많이 보급되면서 2000년대 이후 대부분의 국가가 일반적인 대함 미사일은 에일라트 쇼크 때처럼 현대카드통신요금 치명적인 위협이 아니라고 여기기 시작했다.
무기 체계의 발전은 창과 방패 싸움이다. 지난 30여 년은 창보다 방패가 우위에 있던 시절이었지만 창인 대함 미사일도 해수면에 바짝 붙어 적의 탐지를 피하는 기술을 도입하는 등 치명성 측면에서 어느 정도 분발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했다. 그러나 터보제트·터보팬 엔진을 사용하는 대함 미사일은 ‘아음속’, 즉 소리보다 느리다는 한계를 극복할 수 없었기 때문에 위상배열레이더와 초음속 함대공 미사일 콤비로 구성된 방패를 뚫는 것이 대단히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소련·러시아에서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초음속 대함 미사일을 만들어 보기도 했지만 일정 수준 이상 사거리를 보장하면서 초음속을 내려다 보니 미사일 덩치가 너무 커지는 문제가 생겼다.

중국의 '항모 킬러' 개발



중국의 신형 대함 미사일 YJ-15. 웨이보 캡처


소련 붕괴 이후 창의 열세에 대해 가장 크게 고민한 것은 중국이다. 미국과의 패권 경쟁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해군력 열세가 워낙 심했던 중국에게 가장 큰 과제는 미국 항모전단을 잡는 것이었다. 중국은 세계 최강 방공 전투 능력을 자랑하는 이지스함이 여러 척 포진해 있는 미 항모전단을 잡을 수 있는 새로운 창이 필요했고, 그 첫 번째 시도가 바로 DF-21D 대함 탄도 미사일(ASBM)이었다.
중거리 탄도 미사일인 DF-21에 능동 레이더 탐색기와 전자광학 유도시스템을 붙인 이 미사일은 이론상 1,500~3,000㎞ 범위 안에 있는 미 항모를 공격할 수 있어 ‘항모 킬러’로 불렸다. 일반적 탄도 미사일처럼 하늘에서 해수면으로 내리 꽂히며 무려 마하 10이라는 속도로 충돌하기 때문에 당대 그 어떤 방공무기로도 막을 수 없는 DF-21D는 일견 미 항모를 확실하게 잡을 수 있는 무기처럼 보이기는 했다.
정작 중국은 DF-21D를 대량 배치하지 않았다. 이 미사일이 실제로 미국 항모를 정확하게 맞힐 수 있을 것이라고 보지 않았던 것이다. 탄도학에서는 1도(°)를 360으로 나눠 사격 제원을 계산하는데, DF-21D와 같이 1,000㎞ 이상을 날아가는 탄도 비행체는 단 1㎜의 오차만 있어도 ㎞ 단위의 오차가 발생한다. 미사일에 내장된 유도장치는 발사 위치, 실시간 비행 위치, 표적 위치·고도·이동 방위각 등의 각 벡터값과 비행 코스 전체의 풍향·풍속·온도·기압 데이터를 탄도 보정값에 반영해 끊임없이 자세를 수정해야 한다. 미사일의 유도장치 수준으로 소형화한 슈퍼컴퓨터급 연산장치가 등장하지 않는 한 마하 10 안팎의 속도로 비행하는 초고속 비행체를 대기권 안에서 m 단위 정밀도로 조정해 움직이는 표적을 맞히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중국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고 오래전부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답을 찾아왔다. 그리고 지난 8월 16일 밤 베이징에서 그 답의 일부가 공개됐다. 9월 3일 전승절 열병식에서 정식 공개할 신형 대함 미사일 4종이 동시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바로 YJ-15·17·19·20이 그것이다. YJ(鷹擊)는 중국이 대함 미사일에 붙이는 분류 기호로 이날 공개된 각 미사일은 비행 방식은 다르지만 모두 군함, 정확히는 미국 항공모함을 겨냥해 개발된 무기다.

中 신형 대함 미사일 4종의 정체



중국의 신형 대함 미사일 YJ-17. 웨이보 캡처


중국이 2010년대 초반부터 배치하고 있는 YJ-12와 거의 유사한 형상의 YJ-15는 군함의 수직발사기에 탑재해 발사가 가능토록 개조한 설계 변경형으로 추정된다. 원형인 YJ-12는 400㎞급 사거리와 마하4의 고속 성능을 가지고 있어 현재 일부 대형 전투함과 폭격기, 공격기, 연안 방어용 미사일 포대에서 사용한다.
문제는 다른 3종의 미사일이다. 이들은 모두 신형 8X8 중(重)트럭인 SX2306에 탑재돼 공개됐는데, 차량 크기를 기준으로 측정했을 때 각 미사일은 모두 7~9m 수준으로 중국의 052DL/DM, 055형과 같은 대형 구축함에 장착되는 GJB-5860-2006(國家軍用標準-5860-2006) 수직발사 시스템에서 운용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YJ-17은 전형적인 극초음속 활공 비행체(HGV) 형상을 취하고 있다. HGV는 통상 100㎞ 이내 고도까지 치솟은 뒤 운반체에서 분리돼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고 중력 영향을 최대화해 마하 5 안팎의 속도로 활공하는 극초음속 무기다. 급격하게 방향을 전환하기 때문에 미래 위치를 예측하는 것이 어려워 방어 측 대응이 어려운 무기다.



중국의 신형 대함 미사일 YJ-19. 웨이보 캡처


외형상 공기 흡입구가 식별되는 YJ-19는 극초음속 순항 미사일(HCM)이다. 활공을 시작하면 일정 시간 이후 속도가 감소하는 HGV와 달리 HCM은 자체 추진력이 있기 때문에 HGV보다 훨씬 빠르고, 적의 레이더 감시를 피해 더 낮은 고도로 비행할 수 있어 HGV보다 훨씬 위협적이다. YJ-19의 성능이 어느 정도일지는 중국이 이 미사일에 적용한 추진체 기술이 어느 정도 수준일지에 달려있는데 통상적인 스크램젯 엔진이 적용됐다면 마하 5~6 정도의 속도를 낼 것이고, 회전폭발엔진(RDE) 같은 신형 추진체를 달았을 경우 이론상 마하 15까지도 낼 수 있어 대단히 치명적인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YJ-20은 2022년 4월 중국이 055형 구축함에서 발사한 기종 미상의 탄도 미사일과 유사하다. 이 미사일은 기동형 재돌입체(MARV) 형상을 취하고 있는데 이러한 유형은 속도는 매우 빠르지만 앞서 소개한 DF-21D와 마찬가지로 자세 제어가 대단히 어렵기 때문에 DF-21D 이후 드라마틱한 유도기술 발전이 없었다면 명중률 자체가 크게 향상되지 못했을 것이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핵탄두를 탑재했을 가능성이 높다.

깊어지는 미국의 시름



중국의 신형 대함 미사일 YJ-20. 웨이보 캡처


F-117이나 SR-71 같은 당대 최고의 기술 집약체를 만들었던 미국의 록히드마틴은 최근 "속도가 곧 새로운 스텔스"라는 의미심장한 선언을 했다. 압도적인 속도를 내면 낼수록 그 자체로 적의 방공망을 유린할 수 있는 이점이 된다는 얘기다. 중국이 미국과의 결전에 대비해 미 항모를 잡을 히든 카드로 여러 종류의 초고속 대함 무기를 만든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물론 미국도 위성과 이지스 시스템을 개량하는 등 대비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지만 언제나 그랬듯 방패는 창보다 훨씬 비쌌기 때문에 당분간 미국의 시름이 꽤 깊을 것으로 보인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