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신종코로나 이후 기업위기 돌파구 절실

>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인 사스는 2002년 11월부터 전 세계적으로 유행을 시작해 이듬해 7월까지 약 9개월 만에 종식됐다. 중동호흡기증후군인 메르스는 2015년 5~12월 발병했다가 사그라들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사스와 메르스 악몽을 재소환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만 놓고 보면 과거 전염병 수준을 넘어서며 불안과 공포를 전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적인 방역대책과 여름으로 향하는 계절적 변화 요인을 감안하면 신종 코로나 역시 수개월 내 진정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역사적으로 대유행병이 발생과 소멸을 반복해왔던 학습효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로 인한 급격한 경제적 충격과 그 여진이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멈추자 한국 자동차업체들은 일제히 가동을 중단했고 관련 부품업체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의 수급 차질로 이어졌다. 대외활동 자제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서비스산업도 사실상 올스톱됐다. 자영업자들은 근근이 장사를 이어가는 형편이다.

중국 경제는 올해 1분기부터 추락해 4% 내외 성장률에 그칠 전망이다. 이러한 나비효과는 세계 경제에도 불황을 예고하고, 안 그래도 저성장 국면인 한국 경제에 치명타다. 오랫동안 실적 악화에 신음하던 한국 기업들은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 조선,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등 전통 제조업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희망퇴직을 시행하며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투자나 채용 계획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일단은 버텨보지만 체력은 별로 남아 있지 않다. 열악해진 기업 환경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하다. 정부는 현재 신종 코로나 사태 해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차후 국가 경제를 되살릴 기업환경 개선 방향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높은 중국 시장 의존도로 인한 한국 경제 취약점이 이번에 고스란히 노출됐기에 수출입처 다변화와 한국 기업 국내 유턴 등 산업 정책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위기 극복을 위해 생산을 늘리고 싶어도 획일적인 주 52시간 근무제에 발목 잡힌 상황도 풀어야 한다. 미래 신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해서 경제 활력도 다시 불어넣어야 할 때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서 산업정책은 잘 보이지 않고 노동정책을 우선시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또 정책 입안자들이 온통 4·15 총선에 함몰된 것은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속가능한 선진 국가로 이끌어가는 힘은 선거가 아니라 우량한 기업의 성장에서 나온다.

[산업부 = 강계만 차장]

▶기사공유하고 코인적립하세요 'M코인'
▶네이버 메인에서 '매일경제'를 받아보세요 ▶뉴스레터 '매콤달콤' 구독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