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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예술가 마르코스 모라우가 이끄는 '라 베로날 컴퍼니'의 이머시브(관객 몰입형) 다원예술 공연 '죽음의 무도: 내일은 물음이다'의 한 장면. /사진가 로렌사 다베리오, GS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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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수사복 같은 검은 옷의 남자 무용수들이 맨몸 격투처럼 거칠게 춤췄다. 타악기가 비명처럼 둥둥 울릴 때마다 경련하듯 몸이 떨렸다. 배경막 위로 거대한 햄버거와 굶주린 아이들, 미키마우스와 난민 보트, 황금성게임다운
자연재해와 전쟁의 참상이 스쳐 지나갔다. 스페인 안무가 마르코스 모라우가 이끄는 라 베로날 컴퍼니의 ‘죽음의 무도: 내일은 물음이다’는 다원 예술을 가미한 현대무용 작품. 최근 서울 역삼동 GS아트센터에서 열린 2차례 공연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드라마 발레 거장 존 노이마이릴게임 온라인 씨엔조이
어 안무작 '카멜리아 레이디'. /국립발레단


국립발레단 ‘카멜리아 레이디’ 역시 2000석이 훌쩍 넘는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객석이 다섯 차례 공연 모두 전석 매진이었다. 프랑스 대문호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춘희’를 원작으로 드라마 발레의 거장 존 노이마이어가 직접 안무하고 지도했다. 가난다빈치 릴게임
한 순정남 아르망(변성완·곽동현)이 이루어질 수 없는 연인 마르그리트(조연재·한나래)를 향해 손을 뻗고 함께 춤출 때면, 애닯게 서로를 향해 기우는 몸 전체에서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의 아우라가 피어올랐다. 국립발레단은 이달 말 GS아트센터에서 체코 안무가 이어리 킬리언의 ‘킬리언 프로젝트’로 모던 발레를 선보인다.
◇세계 무용 거장슬롯
들 잇따라 한국에



서울시발레단의 오하드 나하린 안무작 '데카당스' 공연. /세종문화회관









연말연시 ‘호두까기 인형’ ‘백조의 호수’에만 무용 관객이 몰리던 건 옛말. 올봄 국내엔 세계 무용의 거장 안무가들이 그야말로 쏟아져 들어왔다. 존 노이마이어, 오하드 나하린, 호페쉬 쉑터, 요한 잉거, 매튜 본, 마르코스 모라우 등 안무가들의 명성은 눈부시다. 컨템퍼러리 발레, 드라마 발레, 컨템퍼러리 댄스, 모던 발레에 이르기까지 장르도 다채롭다.



존 노이마이어의 드라마 발레 ‘카멜리아 레이디’로 전석 매진을 기록한 국립발레단은 이달 26~29일 서울 GS아트센터에서 이어리 킬리안의 모던 발레 ‘킬리안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상반기 세계 무용계 거장들의 공연이 잇따르고 공공 컨템퍼러리 발레단인 서울시발레단이 약진하면서, 다양한 장르의 새로운 무용에 관객이 몰리기 시작했다. /국립발레단


생존해 있는 세계 최고 안무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존 노이마이어가 우리 국립발레단과 지난해 ‘인어공주’에 이어 올해 ‘카멜리아 레이디’를 공연한 것은 우리 무용과 관객의 변화를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시절 강수진 단장을 스타로 만든 대표 레퍼토리이자 많은 발레 무용수가 꿈꾸는 작품.



카일 에이브러햄 안무작 '변덕스러운 아들(Mercurial Son). /사진가 에마 조던, GS아트센터


서울 역삼동에 새롭게 문을 연 GS아트센터가 개관 시즌 대형 공연을 줄줄이 유치한 영향도 컸다. 세계 최고 발레단 중 하나인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내한 공연은 조지 발란신부터 트와일라 서프, 카일 에이브러햄까지 전설부터 중견, 신예 안무가를 아우르는 미국 발레의 역사였다.



안무가 마르코스 모라우가 이끄는 '라 베로날 컴퍼니'의 다원에술 요소가 가미된 현대 무용 공연 '파시오나리아'. SF영화를 방불케 하는 무대로 인간 이후의 인간을 탐구한다. /사진가 알렉스 폰트, GS아트센터









마르코스 모라우는 GS아트센터에서 ‘죽음의 무도’뿐 아니라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과 함께 흑백사진 같은 이미지 중심의 플라멩코를 선보인 ‘아파나도르’, SF 영화를 방불케 하는 현대 무용 ‘파시오나리아’로도 신선한 충격을 줬다.
◇서울시발레단 관객 1만5000명 돌파
첫 공공 컨템퍼러리 발레단을 표방한 서울시발레단이 창단 1년도 안 돼 지난달까지 관객 1만5000명을 돌파하고 전체 객석 점유율이 83%를 넘긴 것 역시 고무적인 성과다. 한스 판 마넨, 오하드 나하린, 요한 잉거 등 검증된 세계적 안무가들이 직접 내한해 무용수들을 지도했고, 미국 털사 발레의 이동훈, 영국 잉글리시 내셔널 발레의 이상은 등 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우리 무용수들이 한국 관객과 다시 만나는 계기도 마련했다. 정옥희 무용평론가는 “서울시발레단은 여러 면에서 쉽지 않은 환경을 극복하고 짧은 시간 내에 놀라운 발전을 이뤘다. 새로운 관객,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스웨덴 출신 안무가 요한 잉거의 '워킹 매드' 공연 장면. /서울시발레단









무용 시장의 변화는 티켓 판매 양상도 바꿔놨다. 과거 고전 발레 레퍼토리가 가득 채웠던 티켓 판매액 상위 무용 공연의 얼굴이 다양해진 것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최근 발간한 1분기 공연 시장 현황 분석 보고서에서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와 서울시발레단이 대형 발레단도 시도하지 못했던 1~2주 장기 공연에 도전하고 관객이 이에 호응해 흥행에 성공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며 “다양한 공연들이 예술성과 화제성을 갖고 국내 무용계의 편식증을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밝혔다.
정옥희 평론가는 “고전 발레를 넘어 동시대 안무작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무용수들의 등장이 새로운 춤을 원하는 관객의 요구와 맞물리며 풍성한 결과를 냈다. 무용수도 관객도 시장도 다 같이 성숙해진 모습”이라고 했다.



그래픽=정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