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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금강송숲 대왕소나무 (울진=연합뉴스) 조보희 기자 = 울진 금강송면 소광리 금강송숲 대왕소나무. 수령 600살을 넘겼 경남조흥저축은행 다. 2022.4.12


지난 2008년, 대한민국의 국보 제1호이자 서울의 상징인 숭례문이 방화로 인해 참담한 화재를 입었다. 2층 누각 전체가 불길에 휩싸여 무너졌고, 1층 역시 일부 소실되는 대형 사고였다. 이 사건은 문화유산의 소중함과 관리의 중요성을 전 국민에게 깊이 새기게 한 전환점이었다. 일반신용
소방 당국은 32대의 소방차와 128명의 소방관을 동원해 화재 진압에 나섰으나, 불길은 새벽까지 번져 숭례문 2층 누각의 90%, 1층 누각의 10%가 소실됐고, 목재 구조물 대부분과 지붕, 일부 기초 부재까지도 크게 훼손되고 말았다.
사회적 충격과 함께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은 즉각 사고 수습과 복구 계획 수립에 돌 서브프라임과정 입했다. 복원이라는 단어 대신 '복구'를 선택한 것은 건물을 다시 짓는 것이 아니라, 일제강점기에 훼손되기 전 조선시대의 원형에 가장 충실하게 돌아가자는 의도에서였다. 즉, 원형 보존과 문화재 본연의 가치를 회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복구 과정에서 문화재청은 가능한 기존 부재를 최대한 살리고, 파괴된 부재는 역사적 고증과 수십 년 주택자금 전 측량 자료, 국립중앙박물관과 서울대 등 학계의 연구 지원을 받으며 복원 지침을 수립했다. 이는 목공 기술을 넘어 치밀한 역사 문화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이뤄진 작업이었다.
복구 작업은 가장 전통적인 방법으로 진행됐다. 화강암과 박석은 전통 산지에서 수급해 정확히 다듬었고, 기와는 충남 부여 한국전통문화대학교의 전통 기왓가마에서 수작업으 러시앤캐시 이자 로 만들어졌다. 단청에 사용된 안료 역시 공해 문제를 고려해 현대 화학 안료가 아닌 전통 천연 안료 위주로 사용해 원래의 색감을 최대한 살렸다.
금속 부재도 현장에 대장간을 설치해 풀무질하고 제작하는 등 모든 과정이 조선시대 방식을 따라 진행됐다. 복구에는 단청 장인, 목수, 석공 등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와 국내 최고 장인 3만5천여명이 참여했다.
3D 레이저 스캔 기술과 첨단 디지털 측량 자료가 복원 설계의 정확도를 높인 점도 특징적이다. 3D 스캔은 복구 작업에서 훼손 부위와 남아있는 부재의 정확한 위치와 치수를 제공해 복구 물량과 작업 순서의 정밀 관리를 가능케 했다.
복구에 사용된 최고급 목재는 울진의 금강송 166본이었다. 금강송은 태백산맥을 따라 자라는 대한민국 특산 수종으로, 곧고 치밀한 재질, 뛰어난 내구성과 부식 저항력으로 왕실 건축과 임금의 관 제작 등에 진귀하게 쓰였다.
1680년 숙종은 금강송 보호를 위해 '황장봉표'라는 국법을 제정해 벌목을 엄격히 금지하고, 위반 시 중형을 내렸다.



울진 소광리 황장봉표 [국가유산청 제공]


오늘날에도 금강송 보호는 국가적 과제이며, 60년 이상 된 나무에는 노란 페인트 표식을 해 복원과 산림자원 보존에 활용한다. 금강송은 350년 이상 자라야 문화재 건축용 목재로 적합하다. 현재 국내 금강송 대부분은 60년령 정도라 앞으로 수백 년을 바라본 장기적 관리가 필요하다.
울진군 산림조합 등 지역 자생 단체는 금강송을 활용한 다양한 전통 산림 제품을 만들고 있다. 대표적 상품은 금강송 송이버섯, 솔잎, 지역 쌀을 활용한 '금강송주'와 '힘찬술' 등 전통 술이다.



울진군 산림조합의 금강송주 [제조사 홈페이지 캡처]


이 술들은 자연과 역사, 지역 공동체의 공존과 존중을 담은 상징성 있는 문화 상품이라 할 수 있다. 술 발효와 숙성용 나무통으로 금강송을 활용해 숙성 맛과 향에 독특한 특징을 부여하고, 전통성을 살리는 데 주력한다. 최근에는 한국수력원자력과 협력해 대형 발효탱크 설치를 마치는 등 생산 인프라 확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로얄팀버레드'라는 고량주는 '왕족의 나무'인 금강송에서 이름을 따왔으며, 제한적 소량 생산으로 그 가치를 높이고 있다. 지역 생태와 역사 자원의 독특한 결합으로, 오늘의 산업과 문화를 잇는 새로운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이 술의 생산회사인 한국고량주 농업회사법인은 수수와 금강송을 이용해 술을 빚었다고 밝혔다. 로얄(왕족)+팀버(나무, 목재)+레드(줄기 안쪽의 붉은 심재)라는 의미의 수수술은 도수가 53도다.



로얄 팀버레드 [신종근 제공]


숭례문 복구와 금강송 술 개발 사례는 오늘날 우리에게 자연과 역사를 보전하면서도 현대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일제 강점기의 벌목과 급격한 산업화, 자연재해로 훼손된 금강송 군락의 아픔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적 교훈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다. 300년, 500년 후에도 후손이 숭례문의 아름다움과 금강송 숲의 숨결을 체험할 수 있도록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문화재 및 산림 보호 정책이 필요하다. 숭례문 복원 작업에서 보여준 '전통을 지키면서 혁신하는 태도'와, 금강송을 중심으로 한 지역 문화산업 활성화 노력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문화재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산 자의 미래 설계'다.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역사와 자연, 문화의 가치를 계승해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문화유산 보존임을 숭례문과 금강송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신종근 전통주 칼럼니스트
▲ 전시기획자 ▲ 저서 '우리술! 어디까지 마셔봤니?' ▲ '미술과 술' 칼럼니스트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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