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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화내는게 말엔 이상했어요. 나올 바라보며 당장에라도플라스틱 협상이 성과 없이 끝났다. 생산 감축 논의는 무산됐고, 그 사이 위기는 눈앞의 재앙으로 커지고 있다. 대응의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인류는 플라스틱이 몰고오는 최후의 재앙 '플래그돈(Flaggeddon·플라스틱+아마겟돈)’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가 현실이 된다.
파이낸셜뉴스는 기획을 통해 협상 실패의 원인에 대해 짚고, 올해 발표될 ‘탈플라스틱 로드맵’에 미칠 영향을 점검한다. 또 스위스의 순환경제 현장을 찾아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모색하고자 한다.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다회용기 순환 시스템 기업 'PROP'에서 다회용기 세 유한책임회사 척기계가 작동하고 있다. 사진 =박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제네바(스위스 )=박지영 기자】플라스틱 협약(INC-5.2) 협상이 한창이던 8월 중순, 제네바의 기온은 36도까지 치솟았다. 기록적인 폭염 속에 기자가 찾은 곳은 제네바 공항 인근 산업단지. 이곳에 다회용기 순환 시스 개인신용대출 템 기업 ‘ProP’은 다음 날 열릴 지역 축제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세척 라인은 쉴 새 없이 돌아가며 사용된 다회용 컵을 삼켰다. 한 시간에 4000개씩 씻겨 나온 컵은 90도 고온 건조 과정을 거쳐 금세 새것처럼 반짝였다.

무더위 속에 땀 흘리며 일하던 직원들 틈에서 레일라 아슬룬 드 브리스 ProP 대표는 “내 기숙사 준비물 일은 각국 장관들이 플라스틱 협약 기간 중에 이곳을 방문할 예정이다"며 귀띔했다. 쉽사리 협상장 안에서는 답을 찾지 못하지만,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혔다.


은행에서 홈파티까지, 다양해지는 고객층

ProP은 제네바를 기반으로 40년 이상 저소득근로자대출 폐기물 운송과 관리를 하고 있는 세르베코 그룹에 속한 기업이다. 행사, 축제, 기업, 레스토랑 등에 다회용 컵과 식기를 제공하고, 사용 후 수거·세척해 다시 공급하는 순환형 서비스 모델을 운영 중이다. 스위스 주요 도시에서 제로웨이스트 정책을 뒷받침하는 민간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여름철은 가장 바쁜시기다 개인회생제도신재범법무사 . 겨울에는 5명이 일하지만 여름 성수기에는 근무자가 40명까지 늘어난다. 이날도 공장 안은 30여명의 직원들이 대여할 다회용기를 세척하고 분류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고객층은 다양하다. 몇 년전 한 은행은 사내 일회용 컵을 전면 없애고 ProP에서 공급받는 다회용 컵으로 전환했다. 기업의 ESG 정책이 강화되면서 이런 기업 단위 고객층도 늘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ProP은 대형 축제나 스포츠 경기에 하루 30만 개까지 다회용 컵을 공급할 수 있다. 집에서 여는 소규모 파티를 위한 접시·와인잔 풀세트도 대여할 수 있어 소규모부터 대형 이벤트까지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이처럼 다회용기 시장이 점점 확대되면서 품질도 자연스럽게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와인잔의 변화가 눈에 띈다는 설명이다. 레일라 대표는 “바로 인근에 붙어있는 프랑스가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면서 와인잔 퀄리티가 급격히 좋아졌다"면서 "몇 년 전만 해도 플라스틱 느낌이 강했는데, 지금은 거의 유리와 구분되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홈파티를 위해 대여할 수 있는 접시, 와인잔 등으로 구성된 다회용기 풀세트. 사진= 박지영 기자





순환경제 위해 '법적 뒷받침' 가장 중요

그는 재사용 시스템이 확산되려면 무엇보다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레일라 대표는 “재사용 시스템은 불편하고 비용도 더 든다. 자유시장 경제에서는 언제나 더 이윤이 되는 방식을 선택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시스템을 강제할 수 있는 건 공공 당국 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제네바 주에서는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행사에서 일회용 식기를 금지했다. 그 결과 축제 풍경은 달라졌다. 현장에는 쓰레기통이 없고, 관객들은 식기를 분리수거 바에 직접 반납한다. 운영자는 음식물을 메탄화 처리해 가스로 전환하고, 유리병은 재활용한다.
그는 “소비자가 가져온 외부 포장재 외에는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는다. 부스에서 나오는 조리유나 포장박스 같은 폐기물도 따로 수거한다"고 설명했다.



[르포] 협상장 밖, 장관들이 찾은 제네바 ProP



재사용 확산의 또 다른 축은 ‘보증금 제도’다. 레일라 대표는 “보증금 제도는 제약이 있지만 식기를 회수하려면 대안이 없다"면서 "프랑스 맥도날드는 보증금 없이 재사용 용기를 도입했지만, 분실이 엄청났고, RFID 칩을 붙였지만 도난을 막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제네바 일부 지자체는 보증금 제도를 폐지했는데도 꽤 잘 작동하고 있다. 그는 “지난 10년간 주민들이 좋은 시민 습관을 길렀기 때문"이라면서 "대신 행사장 안에는 쓰레기통이 아예 없다. 소비자들은 식기를 정해진 반납대에 돌려주고, 그 과정에서 폐기물은 종류별로 분리돼 순환한다"고 말했다.
레일라 대표는 ‘진정한 순환경제’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꺼냈다. 그는 “우리 목표는 제네바를 더 지속가능한 도시로 만드는 것"이라면서 "때로는 우리만 거슬러 헤엄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지난해만 8만 톤의 폐기물을 재활용하고, 500만 개의 식기를 세척해 약 9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였다"면서 "이미 충분히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 되었습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