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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 헌법재판소는 7월 1일(현지시각), 캄보디아 상원 의장 훈 센과의 전화 통화 음성 녹음 유출과 관련하여 파에통탄 친나왓 총리의 직무 정지를 결정했다.


ⓒ 연합뉴스/EPA




2001년 서민 복지 정책을 앞세워 총리에 오른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시작으로 태국 최초의 여성 총리였한화케미칼 주식
던 그의 여동생 잉락 친나왓, 그리고 2024년에는 탁신의 막내딸 파에통탄 친나왓이 태국 역사상 최연소 총리로 취임하면서 친나왓 가문은 3세대 정치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그 영광은 1년도 채 이어지지 못했다.

취임 10개월 만인 7월 1일, 태국 헌법재판소가 파에통탄 총리에 대한 직무 정지를 명령하면서 그는 정치 생명대한항공분석
의 중대 갈림길에 서게 됐다. 결정적 계기는 캄보디아 훈센 상원의장과의 통화 도중 자국 군 지휘관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이 외부에 유출된 사건. 이로 인해 연립정부는 붕괴되고, 지지율은 급락했으며, 그의 정치적 입지는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태국 국가반부패위원회(NACC)는 파에통탄 총리에 대한 탄핵 소추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알라딘바로가기
진행 중이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인 탁신 전 총리 역시 왕실모독죄 등으로 재수감 위기에 처해, 친나왓 가문 전체가 사법 리스크에 봉착한 상황이다.
탁신의 딸, 정치 전면에 나서다
1986년생 파에통탄 친나왓은 방콕 출신으로, 태국 명문인 쭐랄롱꼰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뒤, 영국과 일본 유학을 통해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전염병관련주
. 귀국 후 가족 기업인 부동산 개발회사에서 경영 경험을 쌓은 그는, 2023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 무대에 본격 등장한다.
당시 집권 실패 이후 침체기를 겪던 푸어타이당은 새로운 얼굴과 활력이 절실했다. SNS를 통한 활발한 소통과 '탁신의 딸'이라는 상징성은 그를 단숨에 당의 간판이자 총리 후보로 끌어올렸다. 그에 대한 기대는 곧 '탁신LG유플러스 주식
시대의 복귀'라는 향수와 맞물려 강력한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로 이어졌다.
파에통탄의 등장은 단순한 세대교체 이상의 정치적 의미를 가졌다. 동시에 아버지 탁신 전 총리의 귀국 및 사면 절차와도 긴밀히 연계되며, '정치적 거래설'과 '꼭두각시 총리'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파에통탄은 "정치는 국민의 선택에 맡긴다"며 선을 그었지만, 이러한 의혹은 총리 임기 내내 그의 리더십에 꼬리표처럼 붙었다.

총리직 10개월 만에 직무 정지, 발언 하나가 몰고 온 위기










▲  태국 헌법재판소는 7월 1일(현지시각), 캄보디아 상원 의장 훈 센과의 전화 통화 음성 녹음 유출과 관련하여 파에통탄 친나왓 총리의 직무 정지를 결정했다.


ⓒ 연합뉴스/EPA




파에통탄 총리의 위기는 6월 중순, 캄보디아 훈센 상원의장과의 통화에서 비롯됐다. 북동부 국경을 관할하는 제2군 사령관을 '반대편 사람'으로 언급하며 불신을 드러낸 발언이 훈센 측에 의해 유출된 것이다.

당시 태국-캄보디아 간 국경 충돌로 민감해진 상황에서, 총리의 부적절한 언사는 즉각 군부와 보수 진영의 반발을 불러왔다. 훈센 의장은 해당 통화를 자국 정치인 약 80명에게 공유했고, 언론에 공개되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논란이 커지자 파에통탄 총리는 즉각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그는 "저의 부주의한 발언으로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며 "군에 대한 존경심은 변함없으며 앞으로 더 신중한 언행을 국정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론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보수 성향의 상원의원 36명이 파에통탄 총리가 헌법상 윤리 의무를 위반했다며 헌재에 직무 정지를 청구했고 지난 1일, 헌재는 이를 받아들여 그의 총리직 수행을 중단시켰다.
직무 정지 직전 문화부 장관 임명... 정치적 퇴로인가, 생존 전략인가?
주목할 점은 헌재의 직무 정지 결정 직전 파에통탄이 새 내각 구성안에서 자신을 문화부 장관으로 지명하고 국왕의 재가를 받아냈다는 사실이다. 오는 7월 3일, 그의 문화부 장관 공식 취임이 예정돼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정치적 퇴로이자 향후 총리직 복귀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한다. 문화부 장관직을 통해 계속 국무회의에 참여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위기상황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며, 향후 상황 변화에 따라 총리직에 재도전할 발판을 마련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반면, 연정이 붕괴되고 지지율이 바닥을 친 상황에서 문화부 장관이라는 직책이 과연 실질적인 정치 복귀의 발판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세습 리더십' 시험대에 서다
파에통탄 총리의 이번 위기는 단순한 정치적 해프닝이 아니다. 이는 그가 '세습 정치'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는 리더십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연정 관리의 미숙, 외교 감각 부재, 위기 대응 실패 등으로 이어진 실책은, 그가 단지 '탁신의 딸'이라는 후광에 기대 정치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을 낳았다.
특히 군부와의 관계 설정에 실패하고 외교적 언행에서 미숙함을 드러낸 점은, 태국의 복잡한 권력 지형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 위기는 결국 그의 정치 경험 부족과 준비되지 않은 리더십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국가반부패위원회(NACC)는 군 지휘관 비하 발언 외에도 다른 윤리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만약 추가 위법 사항이 드러나고 헌재가 탄핵을 결정할 경우, 파에통탄은 총리직을 잃는 것은 물론 일정 기간 공직 진출도 제한될 수 있다.
정국 불안은 가속화되고 있다. 야권과 보수 진영은 탄핵을 위한 불신임안 제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NIDA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파에통탄 총리의 지지율은 9%대까지 추락한 상태다. 지난 6월 말, 방콕 도심에서는 1만여 명이 참여한 총리 퇴진 시위가 벌어졌으며 연정의 핵심 축이던 품짜이타이당은 이미 연립 탈퇴를 선언하고 총리 사퇴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정치 위기, 가문 전체로 확산










▲  지난 2015년 한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 왕실 비판성 발언이 왕실모독죄에 해당, 기소된 탁신 전 총리.


ⓒ 탁신 친나왓 전 총리 페이스북




이번 위기는 파에통탄 개인을 넘어 친나왓 가문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그의 아버지 탁신 전 총리 역시 왕실모독죄 재판으로 다시 수감될 위기에 처해 있다.

2006년 쿠데타로 실각한 후 15년간 해외에서 도피 생활을 이어온 그는 2023년 귀국해 감형과 사면을 거쳐 사실상 복귀했으나, 현재는 VIP 수감 특혜 논란에 이어 형법 112조(왕실모독죄) 혐의로 재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탁신이 2015년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왕실을 비판한 발언이 해당 법률에 저촉된다고 보고, 지난해 그를 기소했다. 재판은 파에통탄이 총리에 취임한 직후인 올해 7월로 연기됐으며, 7월 1일 본격적인 심리가 시작됐다. 태국의 왕실모독죄는 최고 15년의 징역형이 가능한 강력한 법 조항으로, 재판 결과에 따라 정치적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법해임, 쿠데타보다 더 흔한 태국 정치의 현실
한편 태국에서는 군부 쿠데타뿐 아니라 헌법재판소 등 사법기관에 의한 총리 해임 사례가 반복돼 왔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세타 타위신 전 총리가 2024년 8월, 부패 혐의로 기소된 인사를 장관으로 임명했다는 이유로 해임된 바 있다. 다만 당시 세타 전 총리에 대해서는 재판 중 직무 정지 명령은 내려지지 않았다. 또 다른 예로, 2022년 8월에는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임기 초과 논란으로 헌재에 의해 직무가 정지됐지만, 약 한 달 만에 복귀했다.
이러한 전례에 비춰볼 때, 파에통탄 총리의 향후 운명을 가를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은 최소 1~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태국 정국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파에통탄 역시 태국 정치의 고질적인 불안정성에서 자유롭지 않다.
물론 정치적 회생의 여지는 아직 남아 있다. 헌재의 최종 판결 전까지 총리직 복귀 가능성은 존재하고, 문화부 장관으로서 정치적 입지를 이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연정 붕괴와 추락한 지지율 속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회복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파에통탄이 독자적인 정치 역량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친나왓 가문의 3세대 실험은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파에통탄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그는 이번 위기를 딛고 '친나왓'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진정한 리더로 거듭날 수 있을까? 아니면 '세습 리더십'의 한계를 상징하는 인물로 남게 될까?그의 다음 행보는 3대에 걸친 정치 명문가의 운명은 물론, 태국 정치의 향후 방향을 가늠할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