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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순간이었다.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며 신문을 펼쳤다. 거기 응우옌티탄 씨와 응우옌떤런 씨가 있었다. 두 사람은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 주둔 지역에서 발생한 민간인 학살의 피해자다. 1999년 한국 사회에서 이 문제가 공론화되기 시작한 뒤, 2015년 4월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생존자이기도 하다. 응우옌티탄 씨와 응우옌떤런 씨는 당시 전국을 다니며 한국군에 의한 학살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임재성 변호사(45)는 지면으로 본 두 아산신도시 사람의 얼굴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그해 7월 뜻이 맞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들과 함께 베트남을 찾아 직접 피해자들을 면담했다. ‘탄 아주머니(응우옌티탄)’를 처음 만난 것도 그때다. 그 뒤 동료들과 함께 증언과 증거를 수집해, 2018년 4월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을 열었다. 시민평 자유적금이자계산기 화법정은 동명이인의 원고인 학살 생존자 (퐁니·퐁넛 마을) 응우옌티탄 씨와 (하미 마을) 응우옌티탄 씨가 대한민국 정부를 피고로 민간인 학살 책임을 묻는 민간 모의법정이었다.




2015년 4월6일 오후 국회 정론관을 방문한 베트남전 학살 생존자 응우옌티탄 월차수당 계산 ‘퐁니·퐁넛 학살’ 생존자가 눈물을 흘리고있다. ⓒ시사IN 신선영



2년 뒤인 2020년 4월, 모의법정은 현실이 됐다. 임 변호사를 포함한 민변 베트남전 TF 소속 변호사 10여 명은 퐁니·퐁넛 마을 학살 생존자 응우옌티탄 씨를 대리해 국가배상 소장을 접수했다. 피고는 대한민 국민은행 학자금대출 국 정부였다. 1월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항소3-1부(재판장 이중민)는 정부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 승소 판결(응우옌티탄 씨에게 3000만원 배상)한 원심을 유지했다. 1심에 이어 베트남전쟁과 관련해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판결이었다. 1968년 2월12일 학살이 벌어진 그날, 가족 5명을 잃고 자신은 옆구리에 총상을 입은 여덟 살 취업컨설팅 소녀 응우옌티탄 씨가 65세가 되어 받아든 결과다. 2월6일 정부는 항소심 결과가 부당하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전쟁 시기 국가 공권력에 의한 학살은 증거가 남기 어렵다. 설령 증거가 남았다고 하더라도 은폐되거나 폐쇄될 가능성이 높다. 이 사건처럼 민간 차원에서 여러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던 건 기적 같은 일이다. 피해자가 기적같이 살아남았고, 또 당시를 상세하게 기억했다. 퐁니·퐁넛 마을 바로 옆 미군 초소에 있던 군인들이 학살 직후 마을로 들어와 기록을 남겼다. 언론이 이 문제에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참전군인이 인터뷰에 응했다. 그 자료들이 모두 법정에 제출돼 증거로 인정받았다.”


재판을 거치면서, 이 사건 소송에 대한 베트남 정부의 입장을 이끌어낸 것도 성과다. 베트남 외교부는 1심 원고 승소 판결 뒤, “퐁니·퐁넛 학살은 20세기 말 외국 군대가 베트남 국민을 상대로 저지른 많은 학살 중 하나” “한국의 판결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베트남은 베트남 국민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는 것을 중시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3심이 남았다. 임 변호사는 말했다. “3년 정도 더 걸릴 거라 예상하고 있다. 올해 탄 아주머니가 한국에 오실 거다. 탄 아주머니가 건강한 모습으로 대법원 판결 결과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함께하겠다.”

이은기 기자 yieu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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