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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한 일본 부인 찾아 나선 신라 왕자
먼 옛날 신라 땅 어느 연못가에 한 여인이 낮잠을 자고 있는데 이 여인의 자궁에 영롱한 무지개 햇살이 들었다. 그러자 그 여인은 임신하여 붉은 알을 낳았다. 신라 왕자는 이를 구해다가 자기 집 안에 놓자 알은 아름다운 소녀가 되어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왕자는 소녀와 결혼하여 부부의 연을 맺었다. 왕자의 이름은 아메노 히보코이며 소녀는 아카루 히메였다.
아카루 히메는 남편을 위해 진수성찬을 마련하여 남편을 체크카드 통신요금 정성껏 섬겼으나 남편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온갖 구박을 일삼았다. 그런 남편의 행각을 견디지 못한 나머지 “나는 당신의 부인이 될 만한 여자는 아닌 것 같소. 내 조상 땅으로 돌아가겠다”라며 가출을 결행, 배를 타고 고향 일본으로 도망쳐 들어가 숨는다. 이를 알게 된 남편은 부인을 붙잡으려고 뒤를 쫒아갔으나 바다의 신이 풍랑을 만들어 그를 가로막았다. 재차 카드발급조건 시도한 끝에 일본의 다지마(동해에 인접한 효고현 북부)라는 땅에 발을 내딛는다. 그는 그곳에서 본부인을 포기하고 다지마 마타오의 딸 마에츠미와 새로 결혼하여 아들 다지마 모로스쿠를 낳는다. 위 내용은 일본 역사서 ‘고사기(712년 편찬), 오진천황’에 나오는 전승설화다.
신라계 출신 진구황후, 권력을 거머쥐다
아메노 히 전세자금대출금리계산 보코의 증손인 다지마 히다카의 딸 다카누카 히메가 추아이천황(재위 192~200년)의 황후이자 오진천황(재위 270~310년)의 모친 진구황후를 낳는다. 고사기에서는 아메노 히보코를 진구황후의 모계 쪽 7대 선조로 기술하고 있다. 진구황후는 남편이 죽고 자신의 아들이 천황(오진천황)에 오르자 201~269년 무려 69년간 아들을 대신하여 섭정을 하면서 절대 cofix변동금리 권력을 누렸다. 사실상의 일본 천황이었던 셈이다. 신라계 도래인 출신이 일본의 왕권을 거머쥔 일은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일본 역사서 고사기와 일본서기에는 진구황후가 “서쪽 나라 신라에는 금은보화가 가득하다. 그곳을 정복하라”라는 신의 계시를 받고 신라 백제 고구려 3한정벌에 나서 신라왕으로부터 신하의 나라가 되어 조공을 바치겠다는 항복을 가실게요 받아내고 백제를 직할지로 만들었다는 등의 내용이 나온다. 다소 날조된 이야기다. 이때 동원된 병사들은 주로 신라계 출신들로 구성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여기에는 진구황후를 정점으로 한 신라 출신들의 ‘고향땅 수복’이란 당위성이 함축되어 있었던 바, 이는 후세에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침공의 논거가 되었으며 메이지유신 전후에 제기된 ‘정한론’과 일제식민지 지배의 단초로 작용하는 등 한일관계에 두고두고 심대한 악영향을 끼치는 불씨가 된다.
두 차례 천황 자리에 오른 백제계 여인, 다카라 히메
일본 고대사에 또 한 명의 여걸이 등장한다. 백제계 왕족 치누왕의 딸 다카라 히메가 그 주인공이다. 당시 일본은 천황 외척 세력인 소가 가문의 발호를 척결하기 위해 그녀의 장남(후에 덴치천황)이 주도하여 일으킨 천황가 측의 친위쿠데타 ‘을사의 난’(645년)으로 당대의 권력자 소가 에미시는 자살하고 그의 아들 소가 이루카는 암살을 당하는 등 국내 정치는 극도의 혼돈 상황에 빠져 들어 있었다. 밖으로는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는 사태(백제 멸망, 660년)가 발생하여 일본은 안팎으로 격동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녀는 남편(조메이천황)-본인(고교쿠천황)-남동생(고도쿠천황)-본인(사이메이천황)으로 연달아 이어지는 황위 계승 과정에서 발생하는 권력투쟁을 특유의 정치력으로 수습하면서 국면을 전환시키는 수완을 발휘한다. 하지만 그녀는 신라와 당나라 연합군의 협공으로 백제가 멸망하자 백제 부흥운동을 위해 본인이 직접 군대를 이끌고 선조의 땅 백제를 구원하려고 출진을 서두르다가 출항지 규슈의 아사쿠라궁(후쿠오카)에서 급사하는 비운을 맞이했다. 그녀 나이 68세였다. 격동기 한복판에서 30여 년 간 권력의 중추에서 분투하다가 생을 마친 풍운의 여인이었다. 그녀는 재위 기간 동안 왕권 강화를 위한 중앙집권화 정치개혁과 운하 건설 등의 업적을 남겼다. 일본 역사에서는 천황을 두 차례 역임하는 것을 중조(重祚)라고 하는데 그녀가 여기에 해당된다. 그리고 그녀의 사후(661년), 장남(덴치천황)과 차남(덴무천황)이 천황 자리에 올랐다.
신데렐라, 다카노 니이가사 궁녀
덴치천황의 손자, 고닌천황(재위 770~781년)은 어느 날 아름답고 총명한 여인이 꿈에 나타났는데 이즈모(시마네현)에 사는 독실한 부부가 절에 가서 불공을 드려서 얻은 소녀와 흡사하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가 이들은 만나봤더니 외모는 물론이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신발이 소녀의 발에 딱 들어맞았다고 한다. 고닌천황은 그녀를 데려다가 궁녀로 삼았다. 일본판 신데렐라 이야기처럼 들리는 대목이다. 고닌천황은 불화에 빠진 자신의 본부인과 아들을 황후와 황태자 자리에서 폐위시키고 이 궁녀를 황후로 삼는데 천황과 궁녀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간무천황(재위 781~806년)이다. 궁녀의 이름은 야마토 니이가사였으나 황후가 된 뒤에 다카노라는 성을 하사받아 다카노 니이가사로 불렸다.
니이가사의 부친 야마토 오토츠구(후에 다카노 오토츠구로 개칭)는 백제 무령왕의 아들 순타 태자의 후손으로 알려진 인물이고 모친인 하지 마이모의 집안은 장례 관련 일에 종사하여서 남들이 기피하는 하층계급 출신이었다. 궁녀 니이가사의 황후 발탁과 아들의 천황 즉위는 당시 천황가 전통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파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훗날 천황가 역사에 엄청난 의미가 담기게 된다. 간무천황의 즉위는 그동안 덴무천황계로 이어져 내려온 천황 승계 관례가 깨지고 다시 덴치천황계로 전환됨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덴치천황계 법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간무천황은 직위하자 백제 왕조를 “짐의 외척이다”라고 말하며 백제계 출신들을 대거 중용하고 이들에게 다양한 특권을 부여했다. 심지어 말단 자리에 있던 처갓집 친척을 장관급에 해당하는 직급으로 벼락출세를 시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 2001년 당시 아키히토 천황은 “간무천황의 생모 다카노 니이가사는 백제 무령왕을 시조로 하는 도래인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에 기술되어 있는 점에서 나 자신, 한국과의 인연을 느끼고 있다”라며 일본 천황가는 백제왕가와 외척관계에 있음을 밝혀 일본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킨 바가 있다. 일본의 천황가는 순수 일본인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던 일본인들에게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 양국은 진구황후, 다카라 히메 그리고 다카노 니이가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천황가를 비롯한 다방면에 걸쳐 오래전부터 혼맥과 인맥이 씨줄과 날줄로 엮여있다. 이미 양국은 열 가지 가운데 아홉 가지를 공유하고 있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나머지 다른 한 가지 차이점이 너무 부각이 되어서 여기에 매몰되어 버린다면 역사와 국제정세의 큰 흐름을 놓칠 수도 있다고 본다. 올해는 해방 80주년이자 한일국교 정상화 60주년이 되는 해다. 이제 한일 양국은 작은 차이를 찾기보다는 큰 공유점을 만들어 나가야 할 때라는 게 필자의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