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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지역이 글로벌 IT와 핀테크 기업들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야심찬 ‘비전 2030’ 프로젝트와 아랍에미리트(UAE)의 지속적인 디지털 인프라 확장은 한국 IT, 핀테크 기업들에게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중동 진출은 단순한 시장 확장이 아니다. 복잡한 법적 구조, 종교적 규범, 택배주5일제 그리고 독특한 비즈니스 문화를 이해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까다로운 시장이다.
변화하는 중동, 새로운 기회의 창
사우디아라비아는 ‘비전 2030’을 통해 석유 의존 경제에서 탈피해 다각화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네옴(NEOM) 스마트시티와 '더라인(The Line)' 프로젝트는 인공지능(AI), 빅 출원서 데이터, 블록체인 등 첨단 기술을 집약한 미래 도시 건설을 목표로 한다. 이 과정에서 외국 기업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외국인 소유권을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개방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는 IT와 핀테크 분야 기업들에게 거대한 시장 기회를 의미한다. 네이버는 올해 2월 사우디아라비아를 기반으로 중동 IT 인프라 시장에 진출하고자 리야드에 아 저축은행 연체 라비아 지역본부를 설립했다.
UAE 역시 2021년 진행된 '두파이 엑스포' 이후 디지털 인프라, 에너지 프로젝트, 스마트시티 확장을 지속하고 있다. 자유무역지대 활성화를 통해 글로벌 허브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으며, 최근 한국과의 협력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2024년 무바달라와 기획재정부 간 300억 달러 투자 업무협약(MOU) 온누리상품권 사용처 , 한화그룹과 UAE 방산 관리기관(TQC) 간의 MOU 체결, 해시드의 아부다비 자유경제구역(ADGM) 내 자산운용사 설립 추진 등이 대표적 사례다.



(왼쪽부터)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 국기.


UAE 진출 전 삼성카드 현금서비스 략: 기회와 함정 사이
UAE 진출을 계획하는 기업들이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2024년 5월 발효된 한-UAE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이다. 향후 10년 내 양국 간 90% 이상 품목의 관세가 철폐되어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회사 설립 방식 선택이 성공의 첫 관문이다. 본토 설립 시 2018년 외국인직접투자법 개정으로 특정 산업에서 외국인 지분 100% 소유가 가능해졌지만, 국방·석유·항공 등 전략 산업이나 일정 지역 부동산 투자는 여전히 현지 스폰서가 필요하다. 자유무역지대(FTZ) 설립은 외국인 지분 100% 소유가 가능하지만, 자유무역지대 내에서만 사업 운영이 가능하고 본토와 직접 거래 시에는 에이전트가 필요하다는 제약이 있다.
법인세 측면에서는 2023년부터 9%의 법인세율이 적용되지만, 자유무역지대 내에서는 일정 조건 하에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절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회사 설립 시 실질적 소유자를 UAE 당국에 공개해야 하는 의무가 있어 투명성이 요구된다.
상업대리점법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외국 기업이나 자유무역지대 내 회사가 UAE 본토를 대상으로 사업을 하려면 반드시 에이전트를 통해야 한다. 다행히 2023년 6월 법 개정으로 에이전트 자격 요건이 완화되고 계약 해지 사유를 당사자들이 정할 수 있게 되어 한국 기업들의 현지 파트너십 구축이 한층 수월해졌다.
환율 리스크도 간과할 수 없다. UAE 통화 디르함은 1997년 11월 이후 1달러당 3.67디르함으로 고정되어 있지만, 향후 고정환율제 폐지(디페깅)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기 프로젝트의 경우 환율 변동이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계약 시 환율 변동 보전 조항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더 큰 기회, 더 큰 도전
사우디아라비아는 UAE보다 더 복잡하면서도 매력적인 시장이다. 가장 큰 특징은 샤리아법의 엄격한 적용이다. 이슬람법에 따라 이자 수취와 불확실성이 금지되므로 특히 핀테크 기업들은 샤리아 준수 금융상품 개발이 필수다. 이를 위반할 경우 계약 무효 사유가 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외국인 투자자는 사우디 투자부(MISA) 라이선스를 취득해 특정 산업에서 100% 지분 소유가 가능하다. 하지만 석유 탐사, 군사 서비스, 보안 서비스, 메카 및 메디나 부동산 투자, 하지(Hajj, 메카 순례) 관련 관광 서비스, 해양 생물 자원 어업 등은 외국인 소유가 제한되고 현지 파트너와의 합작 투자가 필요할 수 있다.
사우디 국민 고용 의무(Saudization) 정책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회사 업종과 규모에 따라 일정 비율의 사우디 국민을 고용해야 하므로 인력 계획 수립 시 이를 반영해야 한다.



네옴시티 조성 계획 사진 / 사진= 네옴시티 홈페이지


자금조달과 분쟁해결: 현실적 고려사항
중동 진출 시 자금조달 방식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UAE와 사우디 모두 현지 금융기관들이 샤리아법에 따라 이자 수취가 없는 이슬람 금융(이자라, 무라바하, 수쿠크 등)만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 은행이 현지 회사에 대출하려면 당국 승인이 필요하거나 각종 제한이 따를 수 있어 사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사우디의 경우 ‘비전 2030’ 하에서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가 2030년까지 인프라에만 1조 달러(약 1440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며, 국가개발기금(NDF) 등을 통한 산업별 기금 조성도 활발하다. 이러한 현지 펀드 활용을 통해 자금조달과 현지 네트워크 구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분쟁 해결 메커니즘도 중요하다. UAE의 경우 두바이 국제금융센터(DIFC)나 아부다비 자유경제구역(ADGM) 법원에서 영국 관습법에 기반한 판결을 받을 수 있고, 국제중재 판정의 집행도 보장된다. 사우디는 중재기관(Board of Grievance)이 상업분쟁을 관할하며, 역시 뉴욕협약 체약국으로서 국제중재 판정을 집행하지만 샤리아법 위반 시 집행이 제한될 수 있다. 



성공을 위한 핵심 전략
중동 진출 성공을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현지 파트너십 구축이 절대적이다. 복잡한 법적, 문화적 환경을 이해하는 신뢰할 만한 현지 파트너를 통해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 특히 정부 프로젝트 참여 시에는 현지 파트너의 역할이 성공의 열쇠다.
둘째, 샤리아 준수 서비스 개발이다. 핀테크 기업의 경우 이슬람 금융 원칙에 부합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현지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이슬람 금융법 전문가와의 긴밀한 협업이 필수다.
셋째, 장기적 관점의 투자다. 중동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시장이다. 현지 문화와 비즈니스 관행을 이해하고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므로 충분한 자본력과 인내심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 정책과의 연계다. 사우디 ‘비전 2030’이나 UAE의 디지털 전환 전략과 부합하는 사업 모델을 개발한다면 정부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시장 진입과 사업 확장에 결정적 도움이 될 것이다.



네이버와 사우디아라비아 데이터인공지능청이 작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글로벌 인공지능(AI) 서밋’에서 AI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있는 모습 / 네이버 제공


기회의 땅, 준비된 자만이 성공한다

중동은 분명 한국 IT, 핀테크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신시장이다. 거대한 자본과 야심찬 디지털 전환 계획, 그리고 한국에 대한 높은 신뢰도가 결합되어 있다. 하지만 성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준비와 현지화 전략이 필수다. 법적, 종교적, 문화적 특수성을 깊이 이해하고 이에 맞는 사업 모델을 개발하는 기업만이 중동이라는 기회의 땅에서 진정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중동 진출을 위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준비를 시작할 때다.
 





박영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박영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l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2012년 사법연수원 41기를 수료했다. 이트레이드증권에서 약 2년간 근무하면서 증권 관련 소송 및 내부통제 업무를 수행했다. 그 후 금융감독원에서 약 8년간 증권회사와 전자금융업자 감독·검사(금융회사 제재조치, 초대형 투자은행 지정 등), 은행법, 전자금융거래법 등에 관한 법률자문 업무를 담당했다. 부동산신탁회사 인가 태스크포스(TF),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TF 등에도 참여했다. 현재는 선불업자, PG업자 등록 등 전자금융거래법과 관련한 법률자문을 하고 있다.

태평양의 미래금융전략센터(센터장: 한준성 고문)는 2024년 5월 출범하여, 금융권 디지털 혁신 가속화와 금융 기술 발전에 발맞춰 가상자산·전자금융·규제 대응·정보보호 등 금융 및 IT 분야 최정예 전문가들로 진용을 구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