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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기관에서 하는 거니까 안전하다고 생각해서 우체국 택배를 썼는데. 토요일에 받아야 할 물건이 아직 안 왔어요. 지금 보내는 물건들도 언제 도착할지 확인이 안 된다네요.”
29일 오전 서울 종로2가 우체국을 찾은 박아무개(41)씨가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보석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터라 ‘제때’ 물건을 주고받는 게 중요하다는 그는, 믿었던 우체국 업무가 차질을 빚는 상황에 “불안하고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이날 종로2가 우체국 무인 우편 접수창 자동대출납입 구 곳곳에는 “접수 불가” 안내가 나붙었고, 신선식품 등 일부 품목은 창구 접수도 불가능하다는 직원들 안내가 이어졌다.
지난 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 화재 뒤 맞은 첫 업무일인 29일, 긴장감 속에 문을 연 우체국과 동 행정복지센터(주민센터)에는 아침부터 난처한 표정의 시민 방문이 이어졌다. 우체국에서는 도착 알림이 안 된다는 안내에 불안한 카드론대출 표정을 짓거나, 소포 접수 자체를 거절당하고 발길을 돌리는 시민이 적잖았다. 무인민원발급기와 정부24 누리집이 이날 아침 일부 복구되며 동 행정복지센터의 혼란은 예상만큼 크지 않았지만, 구체적인 안내를 받지 못해 헛걸음을 한 주민들도 눈에 띄었다.
국가 기관 서비스라는 신뢰 때문에 우체국을 이용해왔다는 기업이나 사업자들은 정확한 도착 시 공공기관 각을 장담할 수 없다는 창구 직원 안내에 한숨을 쉬었다. 서울 동부지방법원 우체국에서 만난 유혜영(33)씨는 “화장품 회사에 다니고 있어 샘플과 원료 등 검사가 필요한 물품을 보냈는데, 도착 알림이 오지 않고 택배도 지연될 수 있다고 한다”며 “샘플이 하나밖에 없으니 분실이 안되도록 챙겨야 해 도착 알림이 중요하고, 납기일을 맞추려면 제때 도착하는 것도 중 kt스마트폰개통 요한데 걱정스럽다”고 했다.
구체적인 품목별 서비스 가능 여부가 알려지지 않아 곤욕을 치르는 이들도 적잖았다. 이날 대부분 우체국은 오전까지 착불 소포, 안심 소포, 신선 소포 등을 보낼 수 없다고 안내했다. 한 30대 남성은 커다란 보라색 보자기를 든 채 땀을 흘리며 종로2가 우체국을 나서며 “고향에 먹거리를 보내려 했는데 신선식품은 배 7일 송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며 급히 택시를 불렀다. 성인 상반신만 한 큰 짐을 들고 동부지법 우체국을 찾은 김아무개(34)씨는 “짐이 무거워서 인터넷 예약을 하고 바로 접수만 하려 했는데 직접 방문해서 수기로 작성하려니 힘들다”며 “소포 상자도 현금 결제만 가능하다고 해서, 다시 집에 가서 현금을 가져와야 한다”며 우체국을 나섰다.



29일 종로2가 우체국 무인 우편 접수 창구에 접수 불가 안내가 붙어있다. 조해영 기자


이날 아침 9시께부터 무인민원발급기와 정부24 누리집을 통한 주민등록등·초본 발급 등 일부 민원 업무가 복구되며, 동 행정복지센터들의 경우 큰 시름을 던 모습이었다. 서울 문정1동 행정복지센터 직원은 “현재 주민등록증 재발급 기증 빼고는 대부분 센터 업무 기능이 복귀된 상태고 가장 걱정했던 무인민원 발급기도 정상적으로 돌아왔다”며 “어젯밤 걱정이 너무 커서 회의하고, 안내문도 미리 준비해놨는데 다시 작동된다니 다행”이라며 반색했다.
다만 시스템 복구 상황을 알지 못해 일단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주민도 적잖았다. 4개월 난 아기를 업고 문정1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이나래(34)씨는 “육아 때문에 집 밖에 나오기 힘든 상황이긴 했지만, 청약에 예비 당첨돼 화요일까지 등·초본을 제출해야 하는데 오늘 새벽까지도 정부24가 운영되지 않아 동사무소로 올 수밖에 없었다”며 “인터넷으로 모든 것이 이뤄지는 나라에서 화재 하나에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는 게 말이 되나 싶다”고 했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아침 7시 기준, 국정자원 화재로 중단된 전체 647개 서비스 가운데 정부24, 우체국 금융, 모바일 신분증(신규·재발급 임시 제한),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부분 복구) 등 47개 서비스가 복구됐다고 밝혔다. 우정사업본부도 이날 9시 기준 우체국 창구 방문을 통한 소포 및 국제우편을 포함한 우편물 접수와 인터넷 및 모바일을 통한 서비스, 우편물 배달 및 종적 조회 등 서비스를 우선 재개했다고 설명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정봉비 기자 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