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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대만 타이베이 실내 야구 경기장 타이베이돔. 홈팀 웨이취안 드래건스와 원정팀 타이강 호크스 간 정규 시즌 경기의 5회가 끝나자 1루 응원석 무대에서 한국인 치어리더 이다혜(26)씨가 홀로 올라 독무(獨舞)를 시작했다. 약 3분간 펼쳐진 무대를 응원석에 앉은 관객들은 숨죽이며 지켜봤고, 치어리더들전기차관련주
을 찍으려고 관객들이 들고 온 ‘대포 카메라(대형 렌즈를 장착한 카메라)’에선 연신 셔터가 터졌다. 이후 3루 응원석에서는 최근 이 팀 응원단에 영입된 또 다른 한국인 치어리더 권희원(21)씨가 독무를 이어갔다. 경기 중 가장 긴 휴식 시간인 5회~6회 사이를 한국인 치어리더들의 독무대로 채운 것이다.
이날 경기 전인 오후 3시에는 이 팀귀금속관련주
소속 치어리더 24명의 팬 사인회가 열려 2000명 넘는 팬들이 몰렸다. 사인볼 12개로 구성된 야구공 두 세트를 준비해, 치어리더들에게 하나씩 사인을 받는 방식이다. 세트 하나는 2800대만달러(약 13만원)로, 기본 26만원을 지불해야 이 사인회에 참석할 자격이 주어진다. 단순 계산으로 이날 행사에 사인볼로만 최소 5억2000만원의 매출을 올린 것이다선물옵션수수료
. 한국 프로 야구에서도 최근 치어리더들에 대한 ‘팬덤’이 확장되고 있지만, 선수가 아닌 치어리더들의 팬 사인회가 선수 팬 사인회 못지않게 자주 열리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지난달 23일 대만 타이베이 돔에서 열린 웨이취안 드래곤스와 타이강 호크스 경기에서 웨이취안 드래곤비과세저축
스 응원단 소속 한국인 치어리더 이다혜(오른쪽에서 두번째)씨가 1루 응원 무대에 올라 치어리딩을 하고 있다./류재민 특파원


‘K드라마’ ‘K팝’ ‘K무비’ 등을 통해 대만을 강타하고 있는 한류 바람에 ‘K응원’까지 가세했다. 2023년 시작돼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대만의 ‘한국인 치어리더 열풍’이다모바일바다이야기
. 그해 이다혜씨가 기아 타이거즈에서 대만 프로 야구 라쿠텐 몽키스로 이적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미 그때 당시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치어리더 팬덤 문화에, 한국 ‘정상급 치어리더’의 이적 소식이 전해지자 인기가 급속도로 치솟기 시작했다. 이씨는 대만에 건너온 후 전자 제품·음료수·편의점 등 광고 30여 편을 촬영했고, TV 쇼 출연, 앨범 발매, 연기 등 활동 영역을 점차 넓혀 나가며 대만 한류의 새로운 구심점이 됐다. 주한 타이베이 대표부에서 명예 홍보 대사로 위촉되고, 대만 국부 장제스의 증손자로 차세대 유력 정치인으로 각광받는 장완안 타이베이 시장과 대만 여행 홍보 영상을 찍었다.
기아 타이거즈에서 ‘삐끼삐끼춤’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치어리더 이주은(21)씨가 지난 1월 대만 푸방 가디언스로 진출한 것도 큰 화제가 됐다. 이씨는 대만 현지에서 ‘AI(인공지능) 여신’이라 불리며 금융사·통신사 등 굵직한 기업들 광고 모델로 활약하고 있다. 대만 유명 일간지와 방송에서는 거의 매일 이씨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기사들이 쏟아진다. 이다혜·이주은씨 외에도 10명 넘는 한국인 치어리더가 대만 프로 야구 각 구단에서 활약하고 있고, 더 많은 한국 치어리더들이 대만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인 치어리더들이 대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거론된다. 먼저 대만의 ‘국민 스포츠’ 프로 야구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 첫째 이유다. 대만은 한국·일본 등과 함께 야구가 국민적 인기를 끌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특히 지난해 11월 열린 국가 야구 대항전 ‘프리미어12’에서 홈팀이자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일본을 꺾고 우승하면서 야구에 대한 국민적 사랑은 열기를 더하고 있다. 한국 프로 야구 팬덤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우승의 탄력을 받아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처럼 프로 야구는 대만 최고 스포츠로 입지를 굳혔고 야구와 관련한 모든 것이 뉴스가 되고 있다.
또 한국·일본과 달리 대중음악에서 ‘걸그룹’ 문화가 없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야구의 인기에 더해 ‘여자 아이돌’ 지위까지 더해지며 치어리더들에게 모든 관심이 집중된 것이다. 이다혜는 “한국 아이돌이나 연예인들은 대만 활동을 위해 잠깐 방문했다가 떠나는데, 치어리더들의 경우 대만에서 생활하면서 문화와 경험을 공유하니까 대만인들이 더 친근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대만의 치어리더 열풍은 ‘치어리더 카드’라는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수집 목적의 그림 카드를 흔히 ‘트레이딩 카드’라 부르는데, 프로 스포츠 선수들의 기록과 업적을 기념하는 데 중점을 두고 발매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만에서는 치어리더들의 화보가 담긴 카드까지 인기리에 팔린다. 치어리더들의 서명 카드나 한정판 카드의 공식 가격이 수십만 원에 발매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치어리더 머리카락을 넣은 카드 세트가 8만8000대만달러(약 410만원)에 팔렸다. 비공식 유통 시장에서는 치어리더 카드들이 더 높은 가격으로 치솟기도 한다. 치어리더로부터 파생되는 경제 규모가 공식 집계된 바는 없지만, 대만 현지 언론들은 관련 산업 규모가 약 17억대만달러(약 8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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