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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인용된 소설가 한강의 질문이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당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의 발언을 인용해 탄핵안 제안 연설을 했다.
박 원내대표는 연설에서 “12·3 비상계엄 내란 사태를 겪으며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하고 싶다. 1980년 5월이 2024년 12월을 구했기 때문“이라며 ”1980년 5월 광주는 2024년 12월의 우리를 이끌었다. 과거가 현재를 도왔고,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했다.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광주에 큰 빚을 졌다”고 중소기업진흥공단 경기지역본부 탄핵안 가결을 촉구한 바 있다.



작가 한강ⓒ백다흠.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스웨덴 한림원 평가) 한강의 언어는 ‘계엄’이란 한국의 정치적 상황과 맞물리면서 폭력 보험설계사 자격증 에 대항하는 인간의 존엄성과 문학의 본질을 되새기게 한다. “묘사할 수 없는 잔인함, 돌이킬 수 없는 상실”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우리는 과거의 그들에게 무엇을 빚졌는지 질문하게 하기 때문이다.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작가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작품을 아직 읽지 못했다면, 모처럼 긴 학원강사취업 연휴를 이용해 그의 책을 펼쳐보는 건 어떨까.
한강 작가의 저서는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 뒤 약 300만 부 팔려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감명 깊게 읽은 부분을 표시하고, 기대의 문장에 밑줄 치며 진즉에 구입했던 그의 책을 들여다보는 걸 추천한다. 모처럼 한자리에 모이는 가족끼리 견해가 달라 불화로 번질 수 있는 정치 얘기 대신 소설을 이 황금률 야기하는 것도 방법이다.

김영하 작가의 말에 따르면 책은 ‘읽을 책’을 사는 게 아니라 ‘구입한 책’ 중에서 읽는 거니까. 한강의 언어는 타인의 고통을 위로하며 우리를 연대의 장으로 이끌 것이다. 올해는 고작 26일 지났다.




토마토저축은행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12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강 작품 뭐부터 읽어볼까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한강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2014·창비)는 윤석열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와 맞물리며 큰 반향을 일으킨 책이다. 특히 인터넷서점 알라딘이 책 전문가 106인에게 추천받은 ‘2000년대 최고의 책’이자, 노벨상 위원회가 추천한 1순위 책이다.
책은 계엄 사태에 대한 한강의 발언으로 더욱 주목받았다. “무력이나 강압에 의해 언로를 막는 방식으로 통제하는 과거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지난해 12월 6일 기자간담회), “문학을 읽고 쓰는 작업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10일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이라는 그의 말은 전 세계인의 가슴을 두드렸다.
이 소설은 1980년 5월 작가가 어린 시절을 보낸 광주에서 일어난 민중 봉기에 참여해 무고하게 희생된 많은 사람들의 삶을 기록했다. 가해자와 피해자,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직설적이면서도 미묘한 언어로 과거를 복원한다. 열다섯살 소년 동호의 죽음을 중심으로 5·18 당시 숨죽이며 고통받았던 인물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하나하나 펼쳐 보인다.



한강의 저서들.



작가 본인은 ‘작별하지 않는다’, ‘흰’, ‘채식주의자’ 등을 먼저 읽을 것을 추천했다. 노벨문학상 발표 직후 노벨위원회 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작별하지 않는다’는 ‘소년이 온다’에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고, ‘흰’은 상당히 아주 개인적인 작품이다. 그리고 ‘채식주의자’도 있다”면서 “가장 최근작인 ‘작별하지 않는다’로 시작해봐도 좋겠다”고 말했다.

‘작별하지 않는다’(2021·문학동네)는 소설가인 주인공 경하가 사고를 당해 입원한 친구 인선의 제주도 빈집에 내려가서 인선 어머니의 아픈 과거사를 되짚는 내용이다. 제주 4·3 학살 이후 실종된 가족을 찾기 위한 생존자의 길고 고요한 투쟁의 이야기가 담겼다. 한강은 이 소설로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상 외국문학 부문을 한국 작가 최초로 받았다.
‘채식주의자’(2007·창비)는 2016년 영국 맨부커상을 받으며 한강을 ‘세계 작가’ 반열에 올려놓은 문제작이다. 어린 시절 폭력의 트라우마로 육식을 거부하게 된 여자가 극단적인 채식을 하면서 나무가 되기를 꿈꾸며 죽음에 다가가는 이야기다.

‘흰’(2016·난다)은 소설이면서 시이기도 한 독특한 글 모음이다. 강보, 배내옷, 소금, 눈, 달, 쌀, 파도 등 세상의 흰 것들에 관해 쓴 65편의 짧은 글을 묶었다.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숨을 거둔, 작가의 친언니였던 아기 이야기에서 출발해 삶과 죽음에 관한 융숭 깊은 성찰을 담았다.





읽기 어렵다면 ‘해설서’부터

한강 작품에는 강도 높은 성(性)적 묘사나 가공할 폭력이 잔혹하게 자행되는 장면 등이 상세하게 묘사돼 일부 독자는 “읽기 힘들다”는 평을 내놓기도 한다. 이런 점 때문에 ‘한강 읽기’는 매우 큰 정신적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한강의 해설서를 먼저 읽는 것도 방법이다. 그가 왜 이렇게 묘사할 수밖에 없었는지, 왜 이 장면이 등장하는지 충분히 이해하면 읽는 데 좀 더 수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강 격류’(한울)는 일간지 문학 담당 기자가 쓴 책이다. 한강이 작가로서 살아온 삶의 전모와 그의 문학 세계 전체 흐름을 들여다볼 수 있다. 또 한강의 주요한 인생의 변곡점을 정리한 한편 그의 소설과 시, 동화 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추적한다. 여기에 한강의 각종 언론 인터뷰, 그의 산문과 저술 등을 망라하고 있어 한강의 문학 세계를 이해하는 좋은 안내서다.



제주시 이도이동 남문서점에서 한 시민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작품을 구매하고 있다.소설가 한강은 제주 4·3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 2021년 작 ‘작별하지 않는다’를 탐독할 것을 추천했다. (사진=뉴시스).



소설가 정만진이 펴낸 ‘한강 소설 이해’(국토)는 한강 작가의 소설을 알기 쉽게 풀이한 책이다.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채식주의자’의 줄거리와 내용, 구성을 소개하면서도, 소설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글은 왜 쓰는가’ ‘글은 어떻게 쓰는가’ ‘소설은 사람에게 무엇인가’ 등의 주제에 대해 답을 제시한다.

이봉호 문학평론가가 쓴 ‘노벨문학상의 도전, 한강의 탄생’(북오션)은 한강의 전 작품을 심도 있게 조명한 문학 안내서다. 복잡한 문학 이론이나 학술적 접근 대신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쉬운 해설이 특징이다. 여기에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문학의 변천사를 풀어내 한강 작가의 문학적 성취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냈다.
한 작품을 집중적으로 다룬 해설서도 나왔다. ‘한강, 소년이 온다 깊게 읽기’(더스토리), ‘한강 채식주의자 다시 읽기’(계간문예) 등이 그것이다. 한강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를 분석한 작품론이다.



새해를 맞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서 시민들이 책을 고르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김미경 (midory@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