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세게3대 오케스트라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 마지막 공연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렸다. 지휘자 크리스티안 틸레만(가운데)과 빈 필의 조합을 볼 수 있는 연주에 클래식 팬들이 열광했다. WCN제공


눈 감고 들어도 ‘빈 필 사운드’였다. 중후하고 유서깊은 이 악단은 그러나, 크리스티안 틸레만의 지휘봉이 아주 미세하게 지시해도 그 방향으로 곧장 따라 변모하는 예민한 슈퍼카의 면모도 보였다.
2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내한 마지막 공연을 선보였다. 이날의 레퍼토리는 단 한 곡. 오스트리아 작곡가 안 야마토릴게임 톤 브루크너의 교향곡 제5번이라는 거대한 ‘고딕 성당’을 짓는데 바쳤다.



지휘자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안톤 브루크너의 교향곡 제5번을 연주했다. 연주가 끝나고 커튼콜때 틸레만은 단상위로 크게 발을 구르며 올라가 만족감을 표현했다. 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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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내한에는 1992년부터 빈 필의 악장으로 활동해온 바이올리니스트 라이너 호넥이 함께해 화제가 됐다. 이날 무대에 호넥은 단원들보다 나중에 등장하지 않고, 단원들을 이끌고 등장했다. 이윽고 지휘자 틸레만의 등장. 각잡힌 헤어스타일에 연미복을 갖춰입은 틸레만의 외양에서 ‘정통 독일 사운드의 계승자’라는 온라인골드몽 그의 별명이 상기되기도 했다.
단상에 오르자마자 곧바로 숨을 들이쉬고 지휘봉의 획을 긋는 지휘자가 있는 반면, 틸레만은 부동자세로 정적을 이어갔다. 그리고 이윽고 그가 고개를 들자 더블베이스의 낮은 읊조림을 시작으로 현악의 화음이 겹겹이 쌓이며 브루크너 제5번의 서주가 시작됐다.
황금빛 빈 필 사운드를 이루는 고유함은 무 황금성릴게임 엇일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눈 감고 들어도 빈 필임이 드러나는 바이올린을 비롯한 현악기군이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할 것이라 생각한다. 호넥을 필두로 왼쪽을 가득 메운 제1 바이올린, 지휘자 바로 앞 정중앙에 위치한 첼로와 비올라, 오른쪽 날개를 맡은 제2 바이올린이 콘서트홀을 맑고 유려한 소리로 가득 채웠다. 정통 유럽식 배치로 전통을 중시하는 빈 필 다웠 바다이야기프로그램 다. 브루크너의 교향곡에 걸맞게 더블베이스 8대를 편성해 저음도 풍부히 받쳤다.



지휘자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커튼콜 때 퇴장과 입장을 반복하고 있는 가운데, 1992년부터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단장을 역임중인 바이올리니스트 라이너 호넥(가운데, 백발의 남성)의 모습. 이민경 기자


목관의 솔로 파트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플루트를 연주한 프랑스 출신 뤽 망홀츠가 이목을 끌었다. 그의 청아한 플루트 소리는 수십대의 현악기에 묻히지 않고 존재감을 드러냈다.
사실 빈 필의 독보적 사운드는 사용하는 악기 자체가 여타 오케스트라의 것과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금관악기 주자들은 무대 가장 뒤쪽에 일렬로 앉았는데 왼쪽 날개에 ‘빈 호른’ 주자들이 6명 배치됐다. 안그래도 호른(프렌치 호른)은 부드러운 음색을 자랑하는데 빈 호른의 소리는 그보다 훨씬 더 포근하게 느껴졌다.
빈 호른은 일반적으로 쓰이는 현대식 더블 호른이 아니라 19세기의 싱글 호른인데, 고음 부분을 연주하기가 까다롭고 운지법도 다르다. 그래서인지 빈 호른 연주자들은 공연 내내 ‘시선 강탈’을 담당했다. 때때로 악기를 분해해 정비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리드 부분을 떼어내 타액을 털어내고 다시 조립하는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1장의 서주가 4장 피날레에서 다시 한번 반복되며 비로소 교향곡이 ‘완공’되어감이 느껴졌다. 오스트리아 작곡가 브루크너의 곡을 서독일 출신, 카라얀의 후계자 틸레만이 지휘하는데서 게르만 민족의 정서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틸레만의 지휘 스타일에 대해서도 지울 수 없는 인상이 남았다. 동작이 큼직큼직한 지휘자들이 활용하는 공간에 비해 틸레만이 움직이는 ‘박스’는 훨씬 더 한정된 공간이었다. 그는 주로 바로 왼쪽에 위치한 악장 라이너 호넥을 향해 지휘하곤 했다. 허리를 숙이고 호넥에게 다가가 힌트를 주는듯한 작은 모션이 많았다. 점프하는 일은 결코 없었다. ‘절제’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양손을 머리 위로 치켜올리는 격정적인 동작은 피날레 대단원에 가서야 등장했다. 그런 그가 커튼콜 때는 단상 위로 큰 소리가 나게 발을 구르며 뛰어올랐다. 연주에 대한 만족감이 전달됐다. 연주 내내 약간은 억눌려있었던 관객들은 그 대담한 동작에 더 크게 환호했다. 기립박수를 받은 틸레만과 빈 필 단원들은 앙코르없이 퇴장했다.



1842년 창단해 183주년이 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첫 한국계 단원인 해나 조(조수진·오른쪽 세번째 앞)가 커튼콜 때 객석을 바라보고 있다. 이민경 기자


한편, 빈 필 최초의 한국인 단원인 바이올리니스트 해나 조는 이번 내한 단원 중 하나. 그의 이름은 제2바이올린 맨 마지막에 ‘Hannah Soojin Cho’로 올라 있었다. 실제로 유럽인 단원 일색인 빈 필의 무대에서 해나 조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연주가 끝나고 커튼 콜 때 그가 유독 환한 웃음을 보이며 객석을 바라보는 모습이 돋보였다.
빈 필의 20일 공연을 끝으로 올해 한국을 찾은 세계 3대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모두 끝났다. 완벽한 황금 마침표로 남았다. 단 하나의 흠이라면 관객 매너였다. 악장 사이 박수를 연거푸 치거나, 연주가 끝나고 틸레만의 지휘봉이 채 내려가지도 않았는데 박수가 터져나오는 탓에 여운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클래식 공연 매너에 익숙치 못한 일부 관객의 실수로 보인다.
이민경 기자 기자 admin@slotnar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