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집에서 살해당한 주부 타카바 나미코(당시 32세)씨 가족/NHK 방송 캡처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26년간 미제로 남아 있던 일본 나고야 주부 살인 사건의 범인이 체포됐다. 26년 간 사건 현장을 보존해 온 남편의 집념이 큰 역할을 했다.
4일 NHK 등에 따르면, 일본 경찰은 지난달 31일 나고야시 미나토구에 거주하는 야스후쿠 구미코(69·여)를 살인 혐의로 체포해 지난 2일 검찰에 송치했다.
야스후쿠는 지난 1999년 11월 나고야시 니시구의 한 아파트에서 가정주부인 타카바 나미코(당시 32세)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야스후쿠가 나미코의 남편인 타카바 사토루의 고등학교 동창인 것으로 알려져 모두를 놀라게 했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시절 같은 소프트테니스부에서 활동했다. 졸업 후 서로 다른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도 야스후쿠는 사토루가 참가한 대학 경기에 찾아오기도 했지만 이후 연락이 끊겼다. 그러다 범행이 있기 5개월 전인 1999년 6월에 동창회에서 다시 만났다.
사토루는 "동창회에서 내가 결혼해 나고야시 니시구에 살고 있고 아이가 생겼다는 근황을 말한 기억은 있지만 아내와 용의자 사이에는 전혀 접점이 없었다"며 "이런 사건이 일어났다는 게 지금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범행 당시 야스후쿠는 사토루의 집과 약 10㎞ 떨어진 단독주택에 거주하고 있었다.
이어 "나에게 원한이 있으면 나를 찔렀어야 했던 게 아닌가 싶다"며 "아직 범행 동기가 명확하지 않으니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26년 만에 범인을 붙잡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증거는 유전자(DNA) 감정 결과였다. 경찰은 지난해 그동안의 수사 자료를 전면 재검토하면서 수사 대상으로 5 000명 이상의 관련자 중 수백 명 수준으로 압축한 뒤 DNA 감정에 필요한 시료를 제출받았다.
야스후쿠는 시료 제출을 거부하다 지난달 30일 제출했고, 감정 결과 사건 현장에서 나온 혈흔과 일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용의자는 범행 당시 손에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토루는 범인을 잡기 위해 26년 동안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며 사건 현장을 보존해 왔다. 그동안 총 아파트 임대료는 2000만 엔(약 1억 8850만 원)을 넘는다고 한다.
사토루는 "용의자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사건 현장에 용의자를 입회시켜 검증하는 내 바람이 이뤄졌다"며 "오랜 세월 동안 임대료를 내며 이 방을 계속 빌려온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야스후쿠는 경찰 조사에서 "26년 동안 매일 불안했고, 사건 관련 기사조차 볼 수 없었다"며 "사건 발생일이 다가올 때마다 괴롭고 마음이 무거워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족이나 친척들에게 폐를 끼칠 수 없어서 잡히는 게 싫었지만 올해 8월 경찰이 찾아왔을 때는 잡힐 것을 각오했다"며 "피해자에게는 정말 미안한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피해자의 남편이 26년간 집을 옮기지 않고 보존해 온 사건 현장의 흔적/NHK 방송 캡처


yellowapollo@news1.kr 기자 admin@slotmeg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