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따뜻함 담은 집 이름, 어머니 함자서 따와 건물 2동, 각자 개성·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건축 마감·디테일까지 수십 차례 논의·검증 끝 완성 개인·가족 일상 잇는 중정·마당·족욕장 등 눈길


통영의 조용한 마을 한편, 세 자매가 함께 짓고 살아가는 집이 있다. 집의 이름은 ‘춘옥재(春沃齋)’. 돌아가신 어머니의 함자 ‘춘옥(春玉)’에서 따온 이름으로, 이후 ‘옥(玉)’을 ‘기름질 옥(沃)’으로 바꾸어 삶이 풍요롭고 따뜻하게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세 자매는 각기 다른 개성과 삶의 방식을 지녔 지만, 어머니를 기리는 뜻 아래 한 터 위에서 함께 살아가기로 했다. 이 집은 그런 세 자매의 마음처럼, 함께하지만 서로의 삶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공동체와 독립성, 그 두 축이 춘옥재의 출발점이었다.








통영시 광도면에 위치한 ‘춘옥재’. 이곳은 세 자매가 함께 살아가는 집이다./소소재건축사사무소/





통영시 광도면에 위치한 ‘춘옥재’. 이곳은 세 자매가 함께 살아가는 집이다./소 소재건축사사무소/












춘옥재 전경.





춘옥재 전경.



◇설계 의도
춘옥재의 설계는 세 자매의 삶의 방식과 취향 그리고 전원생활과 캠핑을 즐기며, 도시적 편의보다는 자연과 어울리는 일상의 여유를 원했다. 따라서 이 집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삶의 그릇이자 풍경의 일부로 계획되었다. 건물은 1동은 단층, 2동은 2층으로 2개 매스로 구성되며, 세 자매의 독립된 일상과 함께 마당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관계를 형성한다.

외부공간은 중앙마당, 중정, 안마당, 뒷마당으로 구성된다.








중앙마당과 외부벤치.





중앙마당과 외부벤치.




가장 중심이 되는 중앙마당은 가족과 손님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열린 공간으로, 대문 근처의 외부 벤치와 택배함은 실내로 바로 들어가기 전 잠시 머물거나 기다릴 수 있는 완충 영역이다. 옛 한옥의 툇마루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장치로, 잠깐의 대화나 기다림의 시간을 따뜻하게 품는다.








두 건물 사이의 중정.





두 건물 사이의 중정.










족욕장.





족욕장.



두 건물 사이의 중정은 두 세대가 자연스럽게 마주하고 교류할 수 있는 열린 마당이자, 외부 환경과 내부 생활을 부드럽게 잇는 생활의 결절점이다. 이곳에는 족욕장을 두어 계절에 상관없이 휴식과 치유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좌석부에는 히팅 패널을 매립해 사계절 내내 사용할 수 있게 계획해, 겨울철에도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며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아늑한 힐링 공간으로 완성했다.








안마당.





안마당.




안마당은 2동 1층 세대의 전용마당으로 계획되었다. 실내와 직접 맞닿은 이 공간은 툇마루가 확장된 형태로, 바닥의 높낮이를 조정하고 마감을 통일해, 계절에 따라 창을 열면 내부와 외부가 하나의 공간처럼 느껴지도록 했다. 가족이 차를 마시거나 책을 읽으며 쉴 수 있는 생활의 연장선이 된다.








외부 주방.





외부 주방.




뒷마당은 캠핑과 바비큐를 위한 외부 주방을 설치해 조리와 식사가 가능한 아웃도어 다이닝 공간으로 구성했다. 따뜻한 계절에는 불빛 아래 모여 식사를 하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장소가 된다. 결국 춘옥재의 외부공간은 실내와 외부, 개인과 가족, 일상과 여가를 이어주는 매개 공간이다.








통영 ‘춘옥재(春沃齋)’ 현판.





통영 ‘춘옥재(春沃齋)’ 현판.



◇설계·시공 과정
춘옥재의 평면 구성은 세 자매의 명확한 요구사항과 라이프스타일에서 출발했다.

설계 시 세 자매의 개성과 라이프스타일을 세심히 관찰하여, 개성 있는 공간 구성을 하였으나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건축 언어로 묶이도록 했다.








1동 1층 거실.





1동 1층 거실.



1동 단층. 첫째네는 싱글라이프를 즐기며 조용하고 독립적인 생활을 선호했다. 대부분의 시간을 거실에서 보내기 때문에, 공간은 거실을 중심으로 한 열린 구조로 계획했다. 창가에는 넓은 윈도 시트를 설치해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시며 바깥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파우더룸과 세탁실을 욕실과 연계한 하나의 일체형 공간으로 구성하여, 단순한 위생공간이 아닌 자신만의 힐링 스튜디오로 기능하게 했다.

2동 2층. 둘째네 집은 부부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았다. 부부침실과 남편의 서재를 분리하고, 욕실과 드레스룸을 통합한 독립형 공간으로 구성했다. 주방은 SNS 촬영이 가능한 무대로, 경사지붕을 활용해 천장고를 높이고, 상부에 고측창을 두어 자연광이 깊이 스며드는 감각적인 주방 스튜디오를 완성했다.








2동 1층 거실.





2동 1층 거실.










2동 1층 주방.





2동 1층 주방.



2동 1층. 셋째네 공간은 가족 모두가 함께 어울리는 공간의 흐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요리를 좋아해 넓고 기능적인 주방을 원해, 대형 팬트리를 두어 식자재와 주방용품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거실을 중심으로 부부의 공간과 자녀의 공간이 자연스럽게 분리되는 형태다. 부부의 영역은 사적인 휴식과 여유를 위한 공간으로, 자녀의 영역은 활동성과 실용성을 고려해 구성했다. 거실은 가족의 중심축으로 세대 간의 소통을 이어준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에너지 성능과 실내 환경의 질을 함께 고려했다. 외단열 공법과 고성능 시스템창을 적용해 고단열·고기밀 구조를 확보하고, 설계 초기부터 전열교환기(HRV)를 계획하여 상시 환기와 열 회수를 통해 쾌적함을 유지하면서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했다.

깊은 처마를 통해 여름엔 차양을, 겨울엔 햇살을 유입시키는 수동적 환경조절이 가능하다. 이처럼 단열, 환기, 일사 조절을 통합적으로 설계함으로써 춘옥재는 기술적 완성도와 쾌적한 생활환경을 동시에 갖춘 집으로 완성되었다.








담장.





담장.



재료와 색상은 모두 건축주와 함께 샘플을 직접 비교하며 결정했으며, 변기·조명·콘센트 위치까지 도면에 세밀히 반영했다. 집 안의 가구 대부분은 빌트인으로 설계되어, 건축과 인테리어가 하나의 장면으로 어우러졌다.
시공 과정에서는 객관성과 완성도를 확보하기 위한 선택도 있었다.

건축주는 시공 단계에서의 자의적인 재료 변경이나 공정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지인이나 친인척 관계의 시공사는 철저히 배제하는 대신, 검증된 시공사를 선정해 설계 의도가 정확히 구현될 수 있도록 했다.








춘옥재 전경.





춘옥재 전경.



공사 기간 건축사는 매일 현장소장과 직접 소통하며 세부 사항을 확인했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조정은 도면과 사진으로 즉시 기록해 반영했다.
이러한 치밀한 관리 체계 덕분에 설계 의도가 변질되지 않고 처음의 개념이 그대로 완성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춘옥재의 설계는 단기간의 작업이 아니었다. 설계 기간은 기획에서 완공까지 약 1년 6개월. 세 자매의 생활 방식과 공간의 관계, 마감과 디테일까지 수십 차례의 논의와 검증 끝에 완성된 이 집은 단순한 주거가 아니라 가족의 기억과 삶을 세밀하게 조율한 건축의 여정이었다.
◇건축 개요
위 치 : 통영시 광도면
용 도 : 단독주택
규 모 : 주1동 1층, 주2동 2층
연 면 적 : 326.82㎡
구 조 : 철근콘크리트조
주요재료 : 롱브릭타일, 징크, 라왕루버

시 공 자 : ㈜범 종합건설















설계: 소소재건축사사무소 주식회사 김은수